민주-한국 사이에서 대안 제시하며 얽힌 실타래 풀어… 바른정당과 정책연대 빨간불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노컷뉴스 자료사진)

2018년도 예산안 여야 합의 과정에서는 '캐스팅보트'로서 국민의당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중재안을 제시해 일부를 관철시켰으며, 협상 과정에서 호남 지역 현안 및 예산을 챙기는 등 실익을 챙겼다. 

향후 중요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예정이어서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국민의당 관리의 필요성이 재확인됐다. 다만, 국민의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잠정합의안에 바른정당이 당론으로 반대표를 던지기로 함으로써 바른정당과의 정책 연대는 시작과 동시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지원금 두 실타래 국민의당이 주도해 풀어

국민의당은 예산 협상 초반부터 공무원 증원 비용과 최저임금 인상분에 따른 정부 보조금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방어벽을 쳤다. 

김동철 원내대표와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주요 당 회의에서 정부의 공무원 증원 정책 및 임금 보조에 대해서 날선 지적을 이어갔다. 

공무원 증원의 경우 초반에는 "절대 불가"하다고 맞서다가 협상이 진행되면서 예년 대비 자연증가분만 인정할 수 있다고 버텼다. 막판에는 9천여명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정부 원안은 1만2200여명, 한국당은 6천여명을 제시한 가운데 결국 국민의당 요구와 가장 가까운 9천475명으로 합의됐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보조금 3조원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은 현금 직접 지원이 아닌 간접 지원을 해야한다고 일찌감치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간접 지원으로 바로 돌리기에는 무리라는 정부의 보고에 따라 일단 정부 원안을 들어주는 대신 2019년 이후에는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한 재정 지원은 2018년 규모를 초과하지 못하게 울타리를 쳤다. 

또 "현행 현금 직접 지원방식을 근로장려세제 확대, 사회보험료 지급 연계 등 간접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진계획 및 진행상황을 2018년 8월 국회에 보고한다"는 부대의견도 국민의당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가장 큰 두 쟁점에 대해 국민의당이 대안을 제시하고 협상을 이끌면서 얽힌 실타래가 풀릴 수 있었다. 김경진 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당이 선도 정당으로 적절하게 대안을 제시했고, 큰 틀과 범위 내에서 타협을 유도했다"고 자평했다. 

◇ 호남KTX 무안공항 경유 등 실익 챙겨, 바른정당과 연대는 빨간불

국민의당이 협상 과정에서 챙긴 실익도 상당하다. 예산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달 30일,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공동으로 호남KTX 2단계 사업에 무안 공항을 공유하는 노선을 추진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무안 공항 경유는 지역 사회의 큰 현안이었던 만큼 민주당이 국민의당의 면을 살리기 위해 함께 발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협상 막바지 국민의당 개개인 의원들의 예산 관심 사항을 파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결위의 막판 증액 심사 과정에서 호남 SOC 예산이 일부 증액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처럼 국민의당이 예산 정국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확인했지만 반대급부도 있다. 이번 예산 국회에서 바른정당과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책 연대 시험에 나섰지만 성과가 사실상 없었다. 

여야 합의문이 발표된 직후 바른정당은 국회의원 세비를 비롯해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보조금 3조원 현금 지원 등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국민의당과 진행과정에 대한 의견 교환을 했지만 최종적으로 공무원 증원 수준이나 일자리 안정 자금의 지원 기간 제한이 안돼 찬성하기 어렵게 됐다"며 "당론으로 본회의 반대 표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과의 연대 및 통합의 길은 더욱 험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예산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측량할 수는 없는 정치적 이득을 챙겼다. 정부 원안에 최대한 가깝게 통과시키려는 여당과 대척점에 위치한 한국당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다시 한번 한 것이다. 

국민의당이 존재함으로써 정부여당의 독주는 물론 한국당의 '무조건 반대'도 막을 수 있었다. 매년 연말에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던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극한대치가 제3당의 존재로 인해 문재인 정부 원년에는 '패싱'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로서의 지위를 상실함으로써 거대한 원내 1,2당을 40석의 국민의당이 사실상 컨트롤한 셈인데, 통합론을 둘러싼 당 내분과 상관없이 다당제의 필요성과 장점을 또 한번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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