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홀로코스트 기획자’ 아돌프 아이히만이 60년 도피지인 아르헨티나에서 이스라엘로 압송됐다. 1947년부터 활동해 온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이름이 전세계에 각인된 순간이었다.
전세계 정보기관은 각각 장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모사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벤치마킹 대상이다. 국가의 사활이 걸린 정보 수집과 정세 판단으로 국가 안보를 지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시켰기 때문이다. 은밀한 정보와 공작의 세계를 지켜온 모사드 국장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임무를 수행해 왔다. 

따라서 선출된 권력인 정치권도 모사드를 비롯한 정보기관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한정된 기간 권력을 위임 받은 정권보다 국가와 운명을 함께하는 정보기관을 국민이 더 믿고 지지하기 때문이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요원들 덕분에 서방국가의 접근이 극히 어려운 이란, 시리아 등에 침투해 얻은 고급 정보를 보유해 국제적으로 경외의 대상이다. 미국이나 러시아가 이스라엘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중심에는 모사드가 버티고 있다.

1958년 CIA 한국지부가 생겼다. 한국 정부는 부랴 부랴 국방부에 ‘79호실’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정보 교류에 나섰다. ‘79호실’은 4·19 혁명 이후 장면 정권 때 중앙정보연구위원회로 바뀌었다가 5·16 이후 중앙정보부가 된다. 초대 중앙정보부장 김종필 전 총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양한다’를 부훈으로 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정보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명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정치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1961년 중앙정보부에 이어 전두환 정권 때 국가안전기획부로,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으로 바뀐 이후 4번째 개명(改名)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름이 바뀌다 보니 간첩이 자수하려 해도 이름을 몰라 못할 것이라는 우스개까지 나돈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만 않으면 되는 정보기관인데 이름이 무슨 죄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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