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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칼럼] 조금 더디게 조금은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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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우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작가
  • 승인 2017.12.06 22:30
  • 댓글 0

부모와 다른 인격체인 자녀
편협된 가치관 심지 않도록
간섭보단 존중하며 응원을

 

이동우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작가

작은 아이는 고등학교 3학년이다. 다른 고3처럼 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았다. 시험을 보러가기 전날, 아내는 도시락 반찬으로 무얼 싸줄까 물어봤다. 아이는 ‘아무거나’라고 대답했고, 아내는 ‘볶은 김치하고 멸치하고 어때?’라고 물어 보았다. 아이는 ‘좋다’고 대답했다. 수학능력시험 당일, 저녁에 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시험은 그럭저럭 보았다고, 체육관에 들렀다 오겠노라고 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남들처럼 학습지 공부를 시켰다. 학원도 두 세 곳 보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그럭저럭 공부를 하는 것 같았는데 고학년이 되더니 조금씩 뒤처지기 시작했다. 학원 선생님은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적은 오히려 떨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학원에 가기 싫어했다. 다니던 학원을 끊었다. 학습지 공부도 시키지 않았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작은 아이가 5학년 때의 일이다. 이후 단 하루도 아이들은 학원에 가지 않았다. 아이들이 공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걸 원치 않았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랐다. 큰 아이는 요리를 하겠다며 특성화고등학교 식품학과에 진학을 했고, 작은 아이도 특성화고등학교 진학했으며 지금까지도 특공무술을 꾸준히 배우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오래전부터의 다짐이었다. 아이들의 삶을 존중하고 인생의 항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부모로서 할 일이라고 여겼다. 그 첫 번째가 학원에 계속 다닐 것 인가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었다. 
나와는 다른 사람인 아이들을 내 방식대로 키울 수는 없는 일이다. 성격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생각을 주입하고 편협 된 가치관을 심어주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 가장 염려스러웠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잔소리를 하지는 않았지만 꼭 지켜야 할 것에 대해서는 말해줬다.

첫번째는 정해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학교에 등교하도록 했다. 정해진 교복을 입도록 했다. 큰 아이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지각한 번 하지 않았고, 작은 아이는 몇 번 지각은 했지만 학교를 빼먹지는 않았다. 학교의 규칙도 정해진 약속이니 반드시 지키도록 했다. 규칙이 잘못됐다고 여겨지면 건의를 해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두 아이 모두 고등학교 재학 중 학생회장과 학생회 임원활동을 하며 규칙들을 바꿔 나갔다.

두번째는 약자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약자를 보호하고 그들에게 양보해야 하며, 몸이 불편한 사람은 도와주고 아픈 사람은 돌봐줘야 하는 것이 옳은 일 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본받을 수 있도록 꾸준히 봉사활동을 했다. 아이들에게 봉사활동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보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세번째는 폭력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어떠한 경우라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적절한 때에 수시로 알려 주었다.  
네번째는 예의범절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었다. 어른을 공경하고 먼저 인사를 해야 할 것이며 친구 간에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음을 잊지 않도록 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갈 때 마다 아이들을 동행시켰다.

다섯번째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질적인 것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도 알려 주었다. 돈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없으며 자랑거리는 더더욱 아니라고 말해줬다. 집은 잠을 자고 생활을 하는 곳이며 자동차는 이동의 수단일 뿐임을 명심하도록 했다. 부를 자랑하는 사람을 불쌍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해줬다. 물질적인 풍요보다 바른 품성과 인성을 지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작은 아이는 2년제 대학에 원서를 넣고 합격여부를 기다리는 중이다. 큰 아이는 2년제 대학을 1학기만 다니고 그만뒀고, 지금은 집에서 쉬고 있다. 
아이들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뗐다. 그 걸음이 어느 곳으로 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아이들은 잘 헤쳐 나갈 것이다. 삶을 걸어가는 긴 여로에서 조금 더디게 조금은 다르게 조금은 돌아서 걸어가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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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작가

입력.편집 :   2017-12-06 21:25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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