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맛집] 남구 무거동 ‘통영마늘보쌈’

야채·한약재로 1시간이상 푹 삶아
담백하고 부드러운 식감 자랑
달작지근 알싸한 마늘 ‘찰떡 궁합’

통영 굴로 개운한 맛 더한 ‘굴보쌈’
전라도서 직접 공수한 홍어
시원한 굴라면·굴국밥으로 마무리

겨울철에만 맛 볼 수 있는 계절특미인 ‘통영굴보쌈’. 임경훈 food1009@naver.com

쌀쌀한 겨울. 김장철이 다가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음식이 바로 ‘보쌈’이다. 야들야들한 고기 한 점과 갓 버무린 김치를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거기에다 제철 맞은 굴을 더하면 입 안이 즐거워진다. 김장이 끝난 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먹던 그 맛을 느끼고 싶어 울산 무거동에 위치한 ‘통영마늘보쌈’을 찾았다.

잡내없는 고기 맛에 특제 마늘소스까지 더해져 깔끔한 맛을 자랑했다. 20년 동안 보쌈만 만들어왔다던 박석준(57), 김영옥(54)부부의 내공이 그대로 담겼기 때문일까. ‘일품’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편집자 주

전라도에서 직접 공수한 홍어와 함께 차려 낸 ‘홍어삼합’. 임경훈 food1009@naver.com

◆마늘보쌈과 어우러진 굴·홍어 삼합

지난 6일 오후 5시. ‘통영마늘보쌈’ 가게 안에는 구수한 냄새로 가득 찼다. 그날그날 삶은 고기로 손님들을 맞이하기 때문. 각종 야채와 한약재를 넣고 1시간 이상 푹 삶은 돼지고기는 잡내가 거의 없었다.     

삼겹살과 목살을 적당히 섞은 다른 보쌈집과 다르게 통영마늘보쌈에서는 삼겹살만 취급한다고 했다. 이것도 박 대표만의 비법이라면 비법. 지난 20년 간 연구한 결과, 알맞게 삶긴 삼겹부위가 가장 부드러운 식감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삶은 보쌈을 한 상 가득 차리고 나니, ‘상다리 휘어진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특히 고기 위에 뿌려진 달작지근하면서도 알싸한 마늘소스 맛은 느끼함을 확 잡아줬다. 적당히 익은 배추김치, 무말랭이, 백김치 등과 곁들여 먹으니 젓가락질을 멈추기 힘들었다. 

‘통영마늘보쌈’의 굴보쌈과 홍어보쌈 한 상 차림. 임경훈 food1009@naver.com

일반 마늘보쌈도 맛있지만, 뽀얀 굴과 함께 먹는 ‘통영굴보쌈’은 개운한 맛을 더했다.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계절별미라고 하니, 꼭 맛보길 추전하고 싶다.

박 대표가 전라도에서 직접 공수해 왔다는 ‘홍어삼합’도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코끝을 울리는 삭힌 홍어와 고기 한 점을 먹으니 소주 한 잔이 절로 생각났다. 

고기를 다 먹을 때 쯤, 박 대표가 “고기먹고 난 뒤 굴라면이랑 굴국밥은 꼭 먹어야해!”라며 뚝배기 두 그릇을 내왔다. 

배가 부른데도 오동통한 굴 때문인지 군침이 넘어갔다. 비주얼만큼이나 국물맛도 좋았다. 진한 굴 맛이 우러나 특유의 바다향기까지 더했다. 굴국밥 같은 경우는 웬만한 전문 국밥집 못지않았다.  

보쌈을 먹고 난 뒤 마무리로 굴라면과 굴국밥을 추천한다. 진한 굴 맛이 우러난 라면 속 굴이 오동통하니 식욕을 자극한다. 임경훈 food1009@naver.com

◆울산의 터줏대감 보쌈집

박석준 대표가 울산에서 보쌈집을 운영한 지는 20년. 울산의 ‘터줏대감’ 보쌈집인 셈이다.
 
박 대표는 처음 ‘개성보쌈’이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는 보쌈과 함께 삼겹살도 추가로 팔았다고 한다. 하지만 삼겹살냄새가 섞이다 보니, 손님들에게 보쌈 본연의 맛을 제공하기 힘들었다.

박 대표는 과감히 메뉴를 정리하고 ‘보쌈’만으로 승부에 나섰다. 수년이 흘러 인근에 더 큰 가게로 옮기고 ‘통영마늘보쌈’ 가게를 열었다고 한다. 

한 동네에서 굳건히 장사한 덕분인지 이날 딱 봐도 단골손님이 꽤 많았다. 동네사람들과 인근 공단 근로자들 사이에서 입소문도 파다하다고 한다. 

이날 동료들과 가게를 찾은 근로자 김선모(44)씨는 “일 끝나고 술 한 잔 생각날 때 찾는 맛집”이라며 “특히 홍어삼합은 이집만한 곳이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대표 부부의 정직한 맛을 잘 알고 있는 동네 단골손님도 “이집 끝내주지!”라며 칭찬을 더했다. 

‘통영마늘보쌈’의 보쌈 고기는 돼지고기 삼겹부위만 사용하고 있다. 알맞게 삶긴 삼겹부위가 가장 부드러운 식감을 연출한다. 임경훈 food1009@naver.com

손님들을 대하는 박 대표를 가만 지켜보니, 단골을 이끄는 힘은 맛도 있지만 ‘정’도 한 몫 하는 것 같았다. 단골손님과 소소한 담소를 나누고 가끔 술잔도 채워주는 모습이 꽤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박 대표에게 “가장 보람되는 순간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손님들이 말끔히 음식을 비우고 갈 때”라고 답했다. 이것 때문인지 박 대표는 아직도 더 맛있는 보쌈을 만들기 위해 공부 중이라고 한다.
 
그는 “울산에서 가장 맛있는 보쌈을 만든다고 자부하지만, 아직도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요즘도 새로운 보쌈집이 생겼다고 하면 아내와 달려가 맛을 보곤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게 살짝 보쌈 맛의 비법을 물어봤지만, 그의 대답은 역시 “비밀”이라고 했다. 

다만, 정말로 ‘통영마늘보쌈’ 맛을 이어가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20년간 쌓아온 비법을 전수해 주겠다고 했다.

박석준대표는 “그간 방송 등 여러 업체에서 연락이 왔지만, 거절했던 이유는 보쌈 본연의 맛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며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맛을 더 많은 사람들이 맛 봤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손님들에게 더 좋은 보쌈을 제공하기 위해 기꺼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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