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 공간 실험실 삼아 사회문제 해결책 모색 ‘리빙랩’
주민 참여로 지역성 반영 해법 찾을수 있어 전세계 호응
서울·포항도 실행…환경·안전문제 커진 울산도 도입을 

 

김혜경 울산발전연구원 미래전략팀 박사

‘리빙랩(Living Lab)’은 ‘살아있는 실험실’, ‘일상생활 실험실’ 등으로 불리며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주목 받고 있다.

‘리빙랩’은 말 그대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장을 실험실로 삼아 직면한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아보려는 시도이다. 당연히 실험실의 주인은 현장을 터전으로 삶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이 된다. 문제 발굴에서부터 성과물 검증까지 전과정에 참여한다.

지금까지 실험실은 몇몇 뛰어난 과학자들의 것이었다. 지역문제는 발생한 지역의 자연과 사회 환경에 따라 동일이슈라 할지라도 표출되는 형태와 심각성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실의 과학기술이 생활 곳곳의 문제가 내포한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과학기술이 환경, 안전, 위생, 교통과 같은 현실의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실생활과 동떨어진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질책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낮은 현실문제 해결력이기도 하다.

리빙랩은 2004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William J. Mitchell 교수가 제시한 개념으로 생활공간인 아파트에 IT기기와 센서를 설치하고 거주민을 관찰하는 ‘Placelab’을 구현한 것이 시초이며, 이 개념은 유럽으로 건너가 참여자가 직접 실험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적극적인 리빙랩의 개념으로 발전되었다. 

2006년 19개 유럽 도시가 ICT(정보통신기술)기반의 연계 네트워크인 ‘범유럽 리빙랩 네트워크(ENoLL, The European Network of Living Labs)’를 출범했고, 2017년 현재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세계로 확산되어 400여개의 리빙랩이 구축되기에 이르렀다.

리빙랩이 새로운 문제해결의 도구로 부상할 수 있었던 기술기반은 ICT이다. 현재는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 사실상 실생활에서  진보된 ICT와 IoT(사물인터넷)가 결합된 인프라가 확산·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기술 인프라의 확대는 폐쇄된 공간의 실험실을 실생활 공간으로 이끌어냈고, 리빙랩의 가능성과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역 문제는 철저히 지역의 특수성과 전략성에 기반해 지역 주민이 주체가 돼 풀어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리빙랩의 철학과 잘 들어맞는다. 이미 서울시의 북촌 및 ‘서울혁신파크’, 성남시의 ‘성남시니어리빙랩‘, 대전시의 ‘건너유 프로젝트’, 포항시의 리빙랩 프로젝트 등이 성공적인 운영사례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울산시에서 리빙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울산은 주력 제조업 중심의 빠른 성장으로 산업수도의 위상을 획득했지만, 그 이면에서는 환경, 안전 등의 문제도 함께 성장했고 최근에는 지진, 수해까지 발생하면서 과학기술과 직결되는 동시에 시민의 실생활과 깊숙이 연결된 문제들이 다른 어떤 지역보다 많은 곳이다.

정부와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문제가 많아질수록 시민의 혁신적 발상과 참여에 힘입어 난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흐름은 커질 수밖에 없고, 이런 흐름은 리빙랩이라는 시민참여형 실험실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울산시는 리빙랩을 시도할 최적지중의 하나로 보인다.
한편, 울산시는 광역시중 연구자와 연구기관 수가 가장 적다. 지역사회의 난제 해결을 위한 실험실의 주인자리를 시민들과 나누어 부족한 혁신자원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판단된다. 

문재인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지역 혁신성장’ 정책 슬로건은 ‘이제 지역도 과학기술입니다’이다. 새 정부는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 중 ‘삶의 질 향상’을 크게 강조하고 있으며, 핵심정책수단으로 리빙랩 확산을 장려하고 있다. 

시민의 삶과 직결된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와 이를 공공서비스로 연결하기 위한 정책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시는 시민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기 위한 체계로써 리빙랩을 실무적으로 검토해볼 시점이다. 시민이 주도하고 공공과 기업, 연구자가 협업하는 살아있는 실험실이 늦지 않은 시기에 울산에 꾸려지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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