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남편의 마지막 모습 담긴 CCTV 부탁했는데…"

침몰한 낚싯배. (노컷뉴스 자료사진)

지난 3일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시 어선과 급유선이 충돌해 15명이 숨진 사고에 대해 해경이 쌍방과실로 결론을 지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12일 오전 11시 유가족들이 지켜본 가운데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경은 구속된 급유선 명진 15호(336t급) 선장 전모(37) 씨와 갑판원 김모(46)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낚시 어선 선창 1호(9.77t급) 선장 오모(70) 씨에 대해서는 같은 혐의로 입건했지만 숨졌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 기록만 검찰에 넘겼다.

해경에 따르면 명진 15호는 지난 3일 오전 3시쯤 평택항에 정박 중인 선박에 급유하기 위해 인천 북항 부두에서 출항했다. 평균 약 12노트(시속 22.2km) 안팎의 속도로 항해한 명진 15호는 5시 58분쯤 영흥대교를 통과했다.

낚시 어선 선창 1호는 오전 5시 56분쯤 덕적도 인근 해상으로 낚시를 가기 위해 영흥도 진두항에서 출항해 사고 시까지 10노트(시속 18.5km)의 속력까지 높여 항해했다.

6시 1분쯤 두 선박 간의 거리는 약 300m 정도였으며, 이 상태로 항해를 하면 충돌이 예견된 상태였다.

그러나 두 선박은 해사안전법 제66조에 따라 충돌을 회피하기 위한 침로나 속력 변경, 무전통신, 기적발신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지만 그대로 항해했다. 

견시요원인 급유선 갑판원 김 씨는 해사안전법에 의한 안전관리 매뉴얼상 '야간 항해당직 시에는 1인 당직을 금지한다'는 규칙을 무시하고 조타실을 이탈했다.

그 결과 6시 2분쯤 명진 15호는 약 12.5노트(시속 23.1㎞)로, 선창 1호는 약 10노트 속력으로 각각 항해하던 중 영흥대교 남쪽 약 1.25㎞ 해상에서 명진 15호 선수와 선창 1호 선미 좌현이 충돌했다.

사고는 6시 2분 20초에서 45초 사이에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선창 1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는 6시 2분 20초 이후 신호가 소실됐고, 명진 15호의 원격송수신시스템(AIS)은 6시 2분 45초부터 11.1노트(시속 20.5㎞) 이하로 속력이 감속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급유선 선장 전 씨는 해경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1차 조사에서는 "낚시어선을 충돌 전에 봤으나 알아서 피해서 갈 것으로 생각했다"며 과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2차 조사부터는 "레이더 감도가 좋지 못해 어선의 위치를 한 번만 확인한 다음에는 더 보이지 않았다"며 일부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갑판원 김 씨는 "영흥대교 도착 이전에 조타실을 내려와서 식당에 위치해 충돌 상황을 모른다"며 " 내려간 시간은 충돌 약 4분 전이며, 자리를 비운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씨는 지난 6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사고 당시 조타실을 비우고 어디에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1∼2분간 물을 마시러 식당에 갔다"고 말했다.

명진 15호에 설치돼 있던 폐쇄회로(CC)TV 감정 결과 지난달 29일까지만 녹화돼 있었으며, 그 이후부터 사고 발생 시까지는 녹화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녹화가 왜 안됐는지에 대해서는 파악되지 않았다. 선내 CCTV 설치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선주의 위법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

두 선박의 선장은 모두 항해에 적법한 면허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정원도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선장을 비롯한 승선원 등 모두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증개축도 없었다.

희생자 15명의 사인은 일반 병원 의사 검안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CT단층촬영, 부검 등을 통해 모두 익사로 판정됐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한 유족은 "저희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해경에) 부탁했는데 일주일이 지날 동안 연락이 없었다"며 "간곡히 부탁드리는데 남편의 숨소리라도 듣고 싶은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검토 후 유가족분들께는 (관련 영상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이번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미숙한 대처가 있었다는 지적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모든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명진 15호는 지난 4월 8일 외국적 화물선(약 8천 500톤)과 충돌 사고가 있었지만, 내사종결 처리됐다. 당시 경미한 사건으로 형사 입건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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