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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칼럼] 아빠는 인정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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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규 동구청소년진로지원센터 사무국장
  • 승인 2017.12.13 22:30
  • 댓글 0

사춘기 아들과 아버지의 대립
서로 이해보다는 자존심 세워
존중하며 소통하는 법 찾아야

이진규동구청소년진로지원센터 사무국장

고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지인의 여동생으로부터 메신저가 왔다. 평소 교류가 없는 사이인데 어지간히 급했든 모양이다. 간단히 안부를 묻고는 이내 아들과 남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별 걱정을 안 했었는데 요즘 들어 둘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고 했다. 남편은 일이 바빠서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했고 그 때문인지 아들과 있는 날에는 과하게 묻고 시키기도 하고 그동안 못했던 아빠 노릇을 하려고 한다. 반면 아들은 아빠의 관심이 부담스러윘는지 짜증으로 받아 내기 시작하면서 둘의 대화는 다툼이 되고 결국 등을 돌리는 지경이라고 한다.

남편은 후회를 하면서도 아들로부터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고 자신의 역할에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흔한 일이기도 하고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고등학생쯤 되면 생각이나 행동에 있어 많은 부분이 고착화되기 시작하는 시기이며 아버지 역시 자신만의 스타일이 굳어진지 오래됐을 터이다. 그래서 충격적인 일을 격지 않는 한 바뀌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특히 아들과 아빠는 더 하다. 남자는 애나 어른이나 인정받기를 원한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인지 인생의 첫 모델인 아버지는 아들에게 큰 존재가 되고 반대로 실망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아버지 입장도 마찬가지다. 딸에게 보다 아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하고 그것이 지나치면 갈등을 부르기도 한다. 딱히 인정받아서 살림살이에 도움이 될 것도 없는데 작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거슬려하고 그것을 자존심으로 연결해서 일을 키운다.

‘황산벌’이라는 영화에 명대사가 나온다. 전쟁을 앞둔 계백장군이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라고 하자 그 말을 들은 계백의 부인이 반박한다. “뭐시라?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호랑이는 가죽 땜시 죽고, 사람은 이름 땜시 죽는 것이여! 이 인간아!” 계백은 짐짓 놀란 표정을 보인다. 맞는 말이다. 두 종류의 인간 중에 남자라는 종은 인정받는 것에 민감하다. 인정만 잘 해 줘도 온순해지고 열과 성을 다하는 게 남자다. 특히 사회적 위치나 역할 같은 것을 인정받을 때 매우 흡족해한다. 반면 비교당하는 것을 못 견뎌한다. 아빠와 아들의 대화를 보면 서로의 생각이나 입장을 인정하기보다 반박하다가 다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빠는 아들보다 더 풍부한 경험을 했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아들의 투정이나 고민을 쉽게 보고 또 교훈을 주어서 바꾸려고 하면서 스스로 함정에 빠진다.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노래가 있다. 다들 잘 알고 있는 노래일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원곡을 들려주면 최근 리메이크된 것이 더 낫다고 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옛날 노래는 ‘힘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요즘 노래는 ‘힘들지?’라고 위로해주는 것 같단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이 이렇다. 어쩌면 용기를 받는 것 자체를 짐으로 여길 수 있다. 그저 힘든 상태를 알아봐 주는 정도에서 그쳐주길 원한다. 지나친 개입은 사양하겠다는 것이다. 아빠 역시 대책 없이 훅 들어갔다가 낭패를 보느니 걱정이 되더라도 지켜봐 주는 것을 먼저 선택하고 지루한 싸움에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다. 인정하는 방법을 잘 모를 때에는 칭찬을 해주는 것도 좋은 시작이 된다.

인정한다는 것은 칭찬과 같아서 깔끔할수록 좋고 화끈할수록 효과적이다. “넌 성격이 좋구나. 그런데 한 번씩 신경질 적일 때가 있어 그것만 없으면 참 좋을 텐데...”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너 성격 참 좋다” 이렇게 끝나야 한다. 대화를 해보겠다고 자꾸만 물어보고 캐내려고 하면 아이는 말하고 싶지 않은데 그런 상태를 인정하지 않는 부모에게 성질만 부린다. 아빠는 그런 자신이 무시당한 것 같아서 화를 내고 만다. 선천적으로 아들은 수다쟁이가 되기 어렵다. 대신 다른 방법으로 말한다. 그나마 다른 행동이 눈에 보이면 다행인데 집에 들어오는 순간 문을 쾅하고 닫고 은둔해 버리는 경우가 제일 힘들다. 그 지경이 되기 전에 부모는 많은 것을 준비하고 또 각오해야 하며 절대 아이를 이기기 위한 전략은 수립하지 말아야 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교훈을 곱씹어야 하고 넘치는 교훈 더미에 아이가 깔려버리지 않게 해야 한다. 항상 교훈으로 훈훈하게 마무리하려는 욕심은 부모를 소위 꼰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빠는 누가 뭐라 해도 아들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지금 당장의 갈등에 허덕일 존재가 아니다. 자신감 있게 버티고 있는 아빠에게 아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할 것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아이의 불성실한 태도를 문제 삼기보다 그냥 무시해 버리는 것도 답이다. 아빠는 그 정도로 흔들릴 레벨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내 아이는 어떤 방식을 좋아하는지 잘 관찰해 보자. 일기장을 들킨 것처럼 매우 자존심 상해 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서 아이에게 맞는 소통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참 까다롭고 속에서 천불이 날 때도 있겠지만 별수 없는 게 내 자식의 일 아니겠는가 싶다. 부모의 이런 노력을 감추지 말고 아이가 알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부모가 서로 친하고 아빠의 역할을 분명하고 그것을 존중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야말로 산교육이다. 모르는 척 해도 아이들은 부모의 행복에 안도감을 느끼고 굳건한 모습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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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규 동구청소년진로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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