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공단에서 천상리가는 132-1번 시내버스 
출렁거리는 의자에 앉아 둥글게 몸을 감는다 
덜컹거리거나 협곡을 만나더라도 
깨어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고단한 정류소 몇몇 지나면 
새근새근 들려오는 들새의 날개 짓 소리 
눈치 없는 몇몇은 버스보다 빠르게 날아간다
버스는 날개를 펼치며 지상을 박차고 
구름을 지나는 중이다 
삶이 과속 이거나 어둠을 지날 때마다 
의자에 웅크린 알들 우화 하려는지 소란하다 
탁탁탁 알이 깨지면 버스는 가슴을 열어 
허공 속으로 새끼를 풀어 놓는다 
막막한 길 끝 뭇별 두엇 손 흔들면
지상에 불 밝힌 문이 열린다 
어두워야 집을 찾는 새 
마지막 버스 종점에서 깨어나지 않는 알들 
아직도 부화하지 못한 것일까 
콧노래 흥얼거리며 운전기사가 들여다보다가 
손에 든 프라이팬으로 얼굴을 내리친다 
스스로 알을 깨지 못한 것은 
누군가에 의해 깨뜨려진 것들은 
새가 되지 못하고 프라이가 된다 
천상리 종점에는 돌아갈 둥지 없는 알들이 
매일 밤 프라이로 우화한다 

 

강봉덕 시인

◆ 詩이야기 : 울산공단의 야경은 아름답다. 마치 밤바다에 보석을 뿌려 놓은 듯 반짝거린다. 울산 공단을 불 밝히는 아름다움 뒷면에는 근로자들의 굵은 땀방울이 숨겨져 있다. 저녁이면 퇴근하는 얼굴과 야근근무를 위해 공단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섞여있다. 퇴근 버스안의 풍경은 늘 건조하다. 사람들은 졸거나 손잡이에 매달려 있다. 그들의 검붉은 모습을 보며, 12월은 방학이지만 방학도 없는 취업준비생을 생각한다. 그들이 울산공단의 야경처럼 반짝거리길 기대해 본다. 

◆ 약력 : 강봉덕 시인은 2006년 ‘경제신춘문예’, 2013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12년 계간 ‘동리목월’로 등단했다. 현재 수요시포럼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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