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변화에 둔감해 도태 되지말고
미래 자동차시장 선도위해 노사 합심 필요
울산경제 부흥 위해 합의안 꼭 통과 돼야

 

김기곤 사회부장·취재1팀장

현대차 노사가 천신만고 끝에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 4월 교섭이 시작된 지 9개월만에 마련한 극적 합의다. 금주 내 합의하지 못할 경우 내년으로 교섭이 넘어가는 것은 물론, 자칫 내년 임금교섭과 병행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이처럼 교섭 장기화 부담과 노사의 연내 타결 의지가 맞물려 최선의 타협지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사가 잠정합의안에 사인을 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임금과 성과급 등 4대 쟁점에 대한 노사의 팽팽한 줄다리기 때문에 해를 넘겨 교섭이 계속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한 계속되는 노조 파업은 협력업체 고통을 가중시키고 노조의 대외이미지도 악화될 대로 악화시키기 때문에 타결이 절박했었다.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전체를 만족시키지는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 경영사정을 참작하고 여론을 감안한 일리 있는 합의였다는데에는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올해 합의안은 예년과 다른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과거의 합의 내용이 오로지 조합원들의 임금에 집중한 교섭이었다면 이번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임금인상 자제로 대기업 편향적 임금구조 지양, 양질의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에 대한 전폭적 지원 등이 그것이다.

우선, 지속적인 실적 하락과 대내외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등 현 위기상황을 반영해 임금과 성과급을 예년에 비해 축소했다. 이는 대기업 임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느끼는 임금의 사회적 불만을 고려한 것이란 평가가 가능하다. “자녀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사회적 책임과 연대를 더 고민하겠다”는 노조의 공식 발언에 공감의 뜻을 전하며 앞으로의 노조 행보를 주시할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적 관심사인 비정규직 해소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큰 역할을 했다. 노사는 2021년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 3,500명을 정규직으로 특별고용 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정규직으로 선발한 6,000명을 합하면 1만명에 가까운 대규모 인력이다. 이는 무기 계약이나 자회사 설립 등 직군 전환 방식을 통해 변칙적이고 꼼수가 섞인 다른 기업과는 확연히 차이 나는 질 좋은 일자리 방안이다. 게다가 동종업계 한국GM이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해고를 밝힌 것과 대조적으로 경영위기 상황에서도 사실상 사내하도급 전원을 정규직으로 끌어안는 통 큰 결단은 찬사를 보내기에 충분하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일자리 양극화 해소에 동참해 국민과 함께 소통하고 성장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메시지를 전해와 향후 현대차 노사협상 방향에도 변화가 있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지원책 마련도 칭찬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노사는 이번에 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중소기업 제품구입 지원안을 마련했는데,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판로개척에 애간장을 태웠던 중소기업으로서는 천군만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남은 과제는 어렵게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22일에 있을 조합원 총회에서 통과되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회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을 감안해 성숙한 표심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부결시켜봐야 더 나올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이전 교섭에서도 어느 정도 경험했고, 부결 시 맞닥뜨릴 혼란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노사는 물론 조합원들의 여유도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몇 년 전부터 불어 닥친 경기불황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연말 특수에 목말라 있는 지역상인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이번 합의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할 것이다.

지금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친환경차 대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 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총력을 쏟아 붓고 있다. 도요타가 2030년까지 전기차용 전지 개발에 약 15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혔고, 폭스바겐도 2025년까지 전기차 모델을 50종 이상으로 확충해 전기차 판매를 300만대까지 늘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비단 전기차 뿐만 아니라 미래 자동차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글로벌 업체들은 각고의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해묵은 노사협상 관례에 갇힌 나머지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미래시장에서 도태되는 누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올해 임단협 교섭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내년 사업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미래 자동차시장의 주역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노사가 합심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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