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건물 직원 "문 작동 잘 안 돼 대피 못 한 듯"
"4∼6층 헬스클럽 곳곳 빈 락커가 불쏘시개 역할"
8층 한동안 원룸으로 사용…불법 용도변경 가능성

지난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대형화재의 층별 사망자 수습 상황이 공개됐다. 사진은 소방당국이 공개한 현황판. (연합뉴스 자료사진)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시 두손스포리움의 화재 사고는 예고된 참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명이 숨진 2층 목욕탕은 출입문이 사실상 고장이 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손스포리움에 장기 근무한 A씨는 "희생자가 집중된 2층 목욕탕의 버튼식 자동문은 손톱만한 크기의 붉은 색을 정확하게 누르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았다"며 "화재가 나 연기가 가득한 상황에서 이 출입문을 열지 못해 내부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A씨는 "화재를 알리는 비상 방송시설도 없었고, 탕내에서는 비상벨이 울려도 듣기 힘든 미로식으로 돼 있다"며 복잡한 시설 구조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탕 안에 있던 사람들은 화재가 난 줄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밀려든 연기에 질식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건물 자체가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A씨는 "헬스클럽 등으로 사용한 4∼6층 곳곳에는 신발 등을 보관하는 빈 락커가 빼곡했다"며 "중앙 통로를 타고 번진 불이 이 락커들을 불쏘시개 삼아 급속히 건물을 뒤덮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A씨는 "각 층으로 통하는 계단도 방화시설이 안 돼 연기와 불길이 빠른 속도로 번졌을 것"이라며 "건물내 스프링클러 고장이 잦아 사실상 화재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날 화재 원인과 관련, 필로티 공사 과정에서 불꽃이 튀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A씨는 사고 당일 1층에서 필로티 천장에서 보수공사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A씨 증언에 따르면 이 건물은 그동안 알려졌던 것과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

스포츠센터로 전해진 7층은 그동안 커피숍으로 사용하다 6개월여 전부터 빈 채로 방치됐고,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8층은 최근 몇개월 전까지 원룸으로 사용하다 지금은 비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불법으로 용도 변경해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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