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출동 1시간 넘도록 제 역할 못해" 고장 의혹도 제기
소방당국 "현장 주변 주차 차량 때문에 설치 늦어진 것뿐"

(연합뉴스 자료사진)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 화재 참사에서 굴절 사다리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고층에 대피한 사람들을 구하는데 구실을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화재 건물 고층에서 구조한 4명 가운데 소방 사다리차는 1명을 구하는데 그쳤지만 뒤늦게 온 민간업체 스카이차는 3명을 구해내 논란을 키우고 있다.

화재 현장 목격자들과 유족들은 현장에 출동한 소방 굴절 사다리차가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초동 대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화재가 난 직후 이 건물에 있던 4명이 8층으로 대피, 구조를 기다렸는데 이 가운데 3명을 제천 카고 스카이의 이양섭(54) 대표가 구조했다.

이씨는 "불이 난 뒤 건물 옥상에 여러 명이 매달려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서둘러 스카이 차를 몰고 와 8층 외벽에 사다리를 붙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구조한 시간이 오후 5시쯤"이라며 "3명을 구조하고 10∼20분 지나 소방서의 굴절 사다리차가 1명을 추가로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말대로라면 소방서의 굴절 사다리차가 구조에 투입된 것은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이 훌쩍 지난 뒤가 된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 A씨는 "소방서 굴절 사다리차가 왔지만, 오랫동안 구조에 나서지 않아 현장에 있던 주민들 사이에서 고장이 났다는 말까지 돌았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의 설명은 다르다.

화재 현장 주변에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공간이 없어 굴절 사다리차 설치가 지연됐을 뿐 고장 등의 문제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화재 신고 접수 7분만인 오후 4시쯤 현장에 도착했으나 건물 주변 주차 차량 때문에 굴절 사다리차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반경 7∼8m의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 차량을 정리하는 데 30분가량이 지체됐다"고 해명했다.

이 서장은 "이러는 과정에서 민간 스카이 차가 3명을 구조했고, 그 뒤 굴절 사다리차로 8층에 있던 1명을 추가로 구조했다"며 "그 뒤 굴절 사다리차는 방수 진화 작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굴절 사다리차 고장나 구조나 화재 진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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