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미 기자

울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울산공항을 이용한지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다른 지역을 오갈 기회가 많지 않았고, 비교적 비싼 비행기를 타고 급히 움직여야 할 상황은 더더욱 없었다.

최근 울산공항을 유난히 자주 찾고 있다. 한달에 두어번씩 꼬박 공항을 찾은지 1년이 넘었다. 방랑자처럼 이곳저곳을 다니는 탓도 있지만, 비행기 값이 예전보다 저렴해진 덕도 있다.

울산공항을 자주 찾는 만큼 주차장 이용 횟수도 늘었다. 이틀씩 주차장에 고이 차를 모셔둘 때면 당장 걱정되는 게 주차비였다. 스스로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자가용의 자릿값으로 만원짜리 지폐가 훌훌 지갑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늘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게 만드는 이유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에어부산이 취항하던 첫날 어느 때보다 기분 좋게 울산공항을 찾았다. 2만원도 채 되지 않는 비행기 값이 들뜨게 만들었다. 주차비가 아깝지 않은 항공료였다. 저비용 항공사 취항과 프로모션 덕에 왕복 항공료를 절반 넘겨 아꼈는데, 주차비정도 쯤이야.

신나게 놀고 돌아왔을 때, 쓰라림은 주차비를 정산하면서 잠깐일 줄 알았다.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가 공항 활성화를 위해 울산~김포노선 항공권 소지자에 한해 주차요금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기 전까진 말이다. 공항을 빠져나올 때 눈길이 닿는 어디에서도, 주차 요금을 정산해주시는 분에게서도 들을 수 없었던 그 혜택. 몰랐을 땐 그저 행복했는데 이제야 배가 아픈 걸 보니, 사촌이 땅 사면 배가 아린 나도 사람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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