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친화적이지 않았던 20여 년 전 울산
지자체·시민 노력에 따뜻한 도시로 탈바꿈
산업과 관광 모두 잡아 한층 더 빛났으면

 

차기화 주부

태화강변을 자주 찾는다. 지척에 살다보니 일주일에 2 ∼3번씩은 운동을 겸해서 강변을 거닐게 된다. 사시사철 푸른 대숲과 철따라 피는 꽃, 철새들이 끊임없이 모여드는 태화강을 보면 삶의 역동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다. 

20여 년 전, 처음 울산에서 살게 되었다. 당시에도 이 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산업도시였다. 수출산업 호황에 힘입어 도시살림의 규모는 번창했으나, 공해로 오염된 도시란 오명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때였다. 이방인이었던 필자 눈에도 울산의 첫인상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공단으로 둘러싸여 자연친화적이지도 않고, 시민을 위한 공원마저 부족해 보였다. 그즈음 울산은 광역시로 승격했다. 그 때부터 시민들을 위한 생태도시계획이 시작된 것 같다. 이곳은 애초 산업도시로 성장했으나 산과 바다, 강이 모두 있는 우수한 환경을 갖춘 도시이다. 개발 논리에 힘입어 공단을 앞서 세웠을지 모르나 사람이 살아가기에 더없이 좋은 자연조건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방치하다시피 했던 환경을 되돌려 놓는데 울산시와 시민들은 20여 년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했다. 

시간이 갈수록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컸다. 언제부터인가 오염됐던 태화강에 연어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과 울산시가 주체가 돼 최대 규모의 울산대공원을 조성, 시민들의 품에 돌려줬다. 또한, 태화강변의 십리대숲과 대왕암공원, 간절곶 등이 새롭게 변모해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인근 수려한 산들의 유명세는 말할 것도 없다.

인구 100만이 훌쩍 넘은 산업도시 울산이 이제는 관광도시 울산으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특히 올해는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아 ‘울산 방문의 해’로 시에서도 전국적인 홍보를 한 것 같았다. 어느 해보다 많은 사람들이 울산을 찾아줬다. 태화강변에 나갈 때 마다 관광차들이 주차장에 즐비했고 타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올 봄, 대구와 부산에 살고 있는 친정식구들이 장미축제와 태화강 꽃 축제를 보러 왔다며 갑자기 연락을 해왔을 때는 필자도 무척 놀랐다. 친정식구들은 주변 지인들이 울산의 태화강 봄꽃축제와 울산대공원을 구경하고 왔는데 볼거리가 많다고 추천을 해서 봄여행을 울산으로 오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괜히 뿌듯했다. 그동안 울산은 산업도시, 공해도시로 알려져 있어 타지에 사는 친지들이 울산에 놀러오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었다. 딸 가족과 함께 울산대공원을 찾았던 언니는 그곳이 마음에 들었던지 몇 번이나 “잘 보고 간다”는 말을 남겼다. 대구에 사는 동생도 지인들과 태화강 꽃 축제를 보고 갔다. 덕담인지 몰라도 인근에 사는 필자를 많이 부러워 했다.

대왕암의 절경에 반한 지인들은 울산을 또 오고 싶어 한다. 주말이면 다른 도시로 휴가를 떠나던 시민들도 이제는 구태여 멀리 가려하지 않는다. 대전에서 가족여행을 왔다며 간절곶 소망우체통 앞에서 인증사진을 보내온 친구도 있었다.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울산명소 방문기를 SNS에 남길 때에는 반가운 마음에 나도 댓글로 분위기를 띄운다. 관광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울산이 이토록 아름다운 도시로 바뀌어 가는 걸 보니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무척 자랑스럽다. 

울산의 관광산업이 눈에 띄게 발전 했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숙박과 연계된 관광시설이 부족하다보니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다소 부족했던 건 아닌가 싶다. 거기에다 어린이들이 이용할만한 놀이시설도 많이 없다. 아쉬운 중에 울산시가 북구 강동 관광단지에 어린이 맞춤 관광인 ‘뽀로로 테마파크’나 ‘키즈 오토파크’, ‘고래 테마파크’ 등을 심혈을 기울여 조성 중에 있다고 하니 자못 기대가 크다.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울산의 어린이 테마파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이곳의 관광산업도 한층 더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요즘 태화강변은 조락의 기운이 역력하다. 혹독한 겨울을 나기위해 나무도, 억새도 제 가진 것 다 내려놓고 맵찬 강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다. 그 와중에도 강변 곳곳에서는 다음에 있을 꽃 축제를 위해 퇴비를 뿌리고 땅심을 고르는 일꾼들의 손길로 분주하다. 이렇게 계절에 앞서 준비하는 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매년 축제가 성황리에 끝났던 게 아닌가 싶다. 산업과 관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도시, 울산의 미래는 분명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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