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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리 칼럼] 지원 심의를 제비뽑기로 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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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언 (재)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
  • 승인 2017.12.28 22:30
  • 댓글 0

개인 기호가 강한 영역 예술 왈가왈부는 숙명
경직된 사고로는 문화행정 잘해 낼 수 없어
사전 심사 한계 극명한만큼 사후 평가 실시를

 

박상언
(재)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

10여 년 전 한 문화행정 연구자는 예술 지원 사업을 심의할 때 오류를 걸러내는 비용과 실제 오류가 발생하는 확률을 고려하면 제비뽑기가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한양대 행정학과 김정수 교수의 주장이다. 학회 세미나에서 이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피식 웃었지만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문화행정가들은 물론 예술계에서조차 그 행간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골자는 이렇다. 까다롭게 한 심의의 결과가 최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일정 자격을 갖춘 신청자들을 놓고 제비뽑기하자, 추첨으로 뽑든 전문가들이나 행정가들이 뽑든 결과만을 놓고 보면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자격 요건을 명확히 해 후보군을 줄일 수 있다, 추첨으로 뽑으면 선정 단계에서의 공정성 시비가 날 리 없다, 실력이 아닌 운에 따를 뿐이므로 자존심 구길 일도 없다 등등.

그럼에도 예술 지원 심의를 이렇게 하는 곳은 없다. 만약에라도 그리 한다면 심의가 무슨 아파트 추첨이냐며 난리가 날 것이다. 이는 필시 심의를 왜 공정하게 할 수 없겠느냐는 상식적인 반문 때문이리라.

또 기성(旣成)된 현재의 구도나 기득(旣得)한 자신의 힘을 포기 당한 채 기회의 무조건적 균등함만을 좇는 복불복(福不福)에 맡길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 역사가 길든 짧든 문화재단은 지원 심의 결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듣는다. 한 곳도 예외가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기본적인 서류 심의에 인터뷰, 다수결, 합의, 채점 같은 방식들 중 몇몇을 병행해도 뒷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왜일까? 심의위원회 구성의 잘못? 심의위원이나 재단 직원의 자질 부족? 아니면 예술의 외적 요인? 지원 심의의 반복되는 오류의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결국 공정성의 기준과 척도가 무엇이냐는 근원적인 질문에 닿게 된다. 예술 지원 사업의 콘텐츠인 예술에는 흔히 IQ 120 이상인 사람더러 머리가 좋다고 할 때와 같은 어떤 가시적인 지수라든가 스포츠 경기에서와 같은 상호 비교 가능한 수치가 없다. 예술이란 본래 개인 기호(嗜好)의 영역인 데다, 그 예술성도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정말 제비뽑기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데, 안 될 말씀! 최대한 공정하게 심의해야 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예술 지원 심의의 공정성이 결과 자체보다는 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운영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열 가운데 두엇쯤은 여러 심의위원들이 좋다거나 안 좋다면서 생각을 한데 모을 수 있지만, 네댓은 각자의 기호에 따라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예술의 숙명. 

현장에서 작품을 함께 보면서도 생각이 서로 다른 법이거늘 사전 평가에 의한 지원 결정이 얼마나 정확할 수 있으랴. 지원 심의는 예술에 대한 기호의 차이와 함께 그 자체의 모호성, 조척(照尺) 부여의 어려움 그리고 사전 평가의 본질적 한계를 읽어내는 지점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문화행정이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며, 따라서 문화행정은 경직된 사고로는 잘 해낼 수 없다. 

심의위원들은 객관적 사실과 전문성에 기초한 의견은 개진할 수 있되 채점 전 지원 여부에 대한 합의는 할 수 없다. 소수 의견에 심의 결과가 좌우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가중치가 서로 다른 여러 심의 기준마다 A, B, C, D, E 등 절대평가를 하고, 여기에 각 1.0, 0.9, 0.8, 0.7, 0.6을 곱해 나온 점수를 모두 더해 위원별 채점 결과를 도출한다. 이들 위원의 각 신청 사업별 점수들 중 최고·최저점을 하나씩 빼고 최종 집계한다. 

이것은 2018년 울산문화재단의 지원 심의 방식이다. 거듭하지만 예술 지원 사업의 계획에 대한 사전 평가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예술 지원 심의는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인가, 과연 그리 운영했는가의 관점을 우선해야 한다. 

아울러 현장 모니터링과 같은 사후 평가 결과를 다음해 반영함으로써 예술 지원 심의가 안고 있는 태생적인 오류를 줄여갈 수밖에. 그러고도 남는 문제는? 어쩌겠는가, 정말 예술의 숙명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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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언 (재)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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