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1월이라고 달력은 말하는데
출하된 봄이라며 신문에 난 냉이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한 움큼 집어 올리는 냉이
냉이의 하얀 뿌리가 눈부시다
장한, 그래서 첼리스트 장 한나 같은 냉이 
장하고 꿋꿋하게 일어서서 봄을 켜는 냉이를 보면서도 
언 땅에서 캐는 호미의 빛나는 날刃이나
엄동을 뚫고 올라온 푸른 기운 
서릿발 의지는 외면하고
매끈하게 벗은 하얀 몸만 보고
벗은 냉이의 통통한 하반신에
외설스런 생각만 입히다가

냉이 캔 여자의 거칠어진 손이나 
냉잇국 끓이는 젖은 손은 생각할 수 없나 싶어
울상인 냉이에 다시 눈 주는데
향긋한 냉이 냄새가 사진 밖으로 솔솔 배어난다
추워서 머플러를 두른 아주머니의 체취도 배어 나온다
보글보글 된장찌개 속에 든 냉이의 냄새
그 속에도 아주머니 몸 냄새가 날 것이다 

 

박방희 시인

◆ 詩이야기 : 겨울이 한창이다. 한창인 그 겨울 속에 벌써 봄의 숨결이 느껴진다. 들녘에 나가보면 양지바른 곳마다 쑥이며 냉이가 벌써 돋아나고 있다. 설한을 이기고 돋아나는 냉이의 강인한 생명력은 냉이를 캐서 시장 바닥에 좌판을 벌이고 있는 아주머니들의 생명력과 통한다. 아주머니의 숨결에 냉이의 숨결이 묻어난다. 저녁 식탁에 오른 냉이 국이나 된장찌개 속에는 향긋한 냉이 냄새와 함께 아주머니의 풋풋한 몸 냄새, 즉 원초적의 생의 냄새도 들어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취하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도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 약력 : 1985년부터 무크지「일꾼의 땅」,「민의」등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불빛하나」,「세상은 잘도 간다」외 여러 동시집과 철학 단상집 「측간의 철학 시간」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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