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희 개운초등학교 교장

학교예산 중 전기요금 차지 비율 매우 높아
교실 난방에 투자할수록 학교살림은 ‘팍팍’
절약·복지의 효율적 배분은 매 겨울철 숙제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요즘 저는 1980년에 방영된 인기드라마 ‘달동네’의 셋방 집 가장이 된 심정입니다. 방은 냉골인데도 연탄 아끼려고 공기구멍을 절반쯤만 열어놓고, 옷을 두툼하게 입으면 안 춥다고 똑순이를 달래던 아버지. 밤늦게 까지 TV보면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잔소리하며 꺼버린 어머니. 난방을 제대로 해주지 못해 애가 쓰입니다. 유효적절한 난방과 절약으로 올 겨울을 나야 할 것 같으니, 선생님들의 양해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가을의 끝무렵, 첫 추위가 찾아온 날 선생님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이날 울산 최저기온은 1.6°였고 최고기온은 11.5°였으며, 하루 평균 기온은 5.2°였다.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로 내려갔다. 더구나 교사(校舍)가 서향이라 더욱 춥게 느껴졌다.

이날 임시로 열린 부장회의에서는 난방과 관련해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복지와 절약, 이상과 현실에서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이 논쟁은 행정실장의 예산 현황설명을 듣고 절충안이 마련됨으로써 종지부를 찍었다. 전교실 난방은 12월 1일부터 실시하나, 유치원 및 돌봄교실 등은 예외로 하며, 도서실과 보건실 등 특별히 난방을 요하는 곳은 일정시간 난방기를 가동하고, 난방 온도는 20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결정을 내린 준거(準據)는 주도적 추위 극복 방안, 온난화 예방 등도 고려됐지만, 절대적 기준은 전기요금이었다. 

학교예산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다. 우리 학교의 경우 전기요금으로 연간 약 4,800만원이 편성돼 있다. 하지만 실제 전기요금은 이보다 더 많이 지출되고 있다. 2월말까지 추산하면 약 300만원 초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금액은 학교 기본운영비 대비 17% 정도에 이르고 있다. 이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학교살림은 어려워진다. 

학교살림은 교육청에서 배부된 정해진 예산으로 꾸려진다. 여기에는 인적자원 운용비, 학생 복지비, 기본적 교육활동비, 선택적 교육활동비, 교육활동 지원비, 학교일반운영비 등이 들어 있다. 전기요금은 학교일반운영비 내 시설장비유지의 원가통계비목으로 편성돼 있다. 전기요금은 많은 사업비 중의 하나이지만, 준조세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지출 우선이 된다. 세금이 많으면 가정살림이 어려워지듯 학교에서 공공요금 지출이 많아지면 학교살림은 어려워진다.  

전기요금이 예산에 차지하는 비중은 학교의 건축물의 위치와 구조에 따라 차이가 있다. 교사(校舍)가 남향으로 햇볕이 잘 들어오는 학교, 최근에 신축한 에너지 절감형 학교는 비중이 낮다. 이런 학교는 아침에 추울 때만 난방기를 켜도 하루 종일 햇볕이 들어오기 때문에 온기가 남아있다. 또한 전기요금이 적게 들어가 다른 교육활동 예산이 증가돼 학습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선순환이 반복된다.  

반면 학교 건물이 남향이 아닌 학교, 건물구조나 동(棟) 배치로 인해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는 학교는 정반대 현상을 보인다. 난방기를 켰을 때는 온기가 있으나, 끄는 순간 사라진다. 학생들이 돌아간 뒤 교실은 냉기로 가득 찬다. 선생님들은 부득불 연구실이나 교무실에서 교재연구나 업무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데, 혼자 있는 교실에 난방기를 가동할 수는 없다.    

학교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으로 결정된다. 기본요금은 당월 전기사용량을 15분 단위로 체크했을 때 최대사용전력으로 산정한다. 전력량 요금은 기본 전력량과 냉난방 전력량을 합산한 것으로 학교는 기본전력량은 6%, 냉난방 전력량은 50% 할인 받는다. 냉난방 전력은 하절기 7~8월, 동절기 12~2월에 적용된다. 이 제도가 난방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으나, 모두 만족하는 충분한 난방은 곤란하다.   

자식을 고생시키고 싶은 부모는 없다. 엄동설한인데도 방이 따뜻하지 않다면 어느 부모인들 마음이 편하겠는가. 그렇다고 수입의 전부를 연료비로 쓸 수는 없지 않은가. 연료비가 살림의 전부가 아니니.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은 올 겨울 내내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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