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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칼럼] 자나 깨나 한 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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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영동 문수학당 원장
  • 승인 2018.01.08 22:30
  • 댓글 0

한 우물만 파 스님 된 고봉선사처럼
하나의 일 몰두하면 안 되는 것 없어
무술년 모든 일들 성공 가도 달리길

 

장영동
문수학당 원장

통도사로 출가한 고봉(高峰, 1890~1961) 선사의 이야기다. “여보게, 누가 내 머리 좀 깎아 줄 사람 여기 없나?” 젊은 놈이 천하대찰 통도사 마당에 서서 거드름을 피워대니 경내가 발칵 뒤집혔다. 

그는 박팽년의 후손 양반집 아들이었다. 별 미친놈이 반말지거리를 해대자 스님들이 혜월(慧月)선사 앞에 무릎을 꿇렸다. 혜월은 고봉더러 깡패 같은 거드름이 어디서 온 것인지 찾아오라 해 놓고 일 년이 넘도록 그의 머리를 깎아주지 않았다. 호락호락한 고봉이 아니었다. 

그러자 어느 날 제 손으로 머리를 깎고 ‘나 오늘부터 중이다’고 선포한다. 세월이 흘러 그도 스승을 졸라 화두를 받아낸다. “천지만물 모두는 부처의 마음을 가졌는데 어째서 조주선사가 마당에 있는 저 dog에게만 부처의 마음이 없다(無) 했을까?”한 ‘無’자 화두였다. 고봉은 주저하지 않았다. 앞뒤 없는 탱크 같았다. 앉아도 無, 서도 無, 누워도 無, 밥을 먹어도 無, 변 보러 뒷간에 앉아도 無라? 無라? 하며 “개에게는 왜 불성이 없다 말인고? 말인고?” 하는 無자 삼매에 빠져 미친 사람처럼 살았다. 고봉은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고양이가 쥐 잡듯, 주린 사람 밥 찾듯, 목마른 사람 물 찾듯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꿈속에서조차 無라, 無라 하며 꿈을 꾸기도 했다. 오는 잠을 쫓으려고 송곳을 턱에 바쳐 놓고 無를 외쳤다. 어느 땐 하루해가 다 가는데도 “無”가 뚫리지 않자 다리를 뻗치고 엉엉 울기도 했다. 

출가 4년차 되던 4월 어느 봄날이었다. 새벽 산책길에 꿩 한 쌍이 엉키어 강렬한 사랑을 나누다 미사일처럼 하늘을 쏟아 오르는 소리에, 그만 無자 화두가 터지고 말았던 것이다. 도인의 한 소식은 어중이떠중이처럼 해서는 얻어지는 게 아니다. 매화나무가 뼈를 깎는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면 향기 높은 꽃을 피울 수 없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이런 고봉은 흥이 났다 하면 두주불사를 마다하지 않던 괴각이었다. 

어느 해 여름. 고봉은 그날도 곡차에 취해 마루에 벌렁 누워 시자더러 발을 씻어 달라고 내밀자 어린 시자가 뜬금없이 이렇게 물어왔다. “스님, 더럽고 깨끗한 것이 둘이 아니라 하셨는데 발은 무어라고 매일 씻습니까?” 순간 고봉의 엄지발가락이 시자의 입안으로 번개같이 들어오고 말았다. 놀란 시자가 넘어지며 앙탈을 부렸다. “스님, 더러운 발가락을 어찌 사람의 입안에다 새리 박는답니까?” “이놈아, 네 입으로 더럽고 깨끗한 것은 둘이 아니라 매? 그렇다면 발가락이 더러울 리 있겠는가?” 시자는 할 말을 잃었다. 

무술년 개띠(황구) 해가 조심스레 아기 걸음을 뗐다. 

황구는 충견 중 가장 따뜻한 마음을 지닌 짐승이다. 요사인 주인도 물어대는 개도 많다. 고봉이 뼈를 갈며 물고 늘어진 화두 조주선사의 “구자무불성(狗子無佛性)”은 벽암록에 이렇게 적고 있다. “저 dog 놈에게도 본시 부처님 마음은 있었다. 그런데 저 개자슥이 가죽부대 속에 쌓여 개고생을 하는 이유는 저놈이 뻔히 알면서도 개 같은 짓을 못 버리고 살기 때문이다. 제 버릇 개 주지 못하고 사는 꼴이 저 모양이야. 사람이 개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닭 벼슬보다 못한 하찮은 벼슬 쫓던 사람들에게는 정유년 닭띠 해가 큰 가르침을 주고 갔다. 무술 개띠 해에는 아무쪼록 아름답고 따스한 인연만 찾아들도록 애를 쓰자. 마지막으로 다도9단 조주선사의 무술년 덕담이다. “한 가지만 물고 늘어지면 부자가 아니라 군자삼락에 넣지도 않는 임금은 물론 저 고봉선사처럼 부처도 될 수 있다. 자나 깨나 한 우물만 파는 근성으로 반드시 만사에 성공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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