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소기업 대기업 의존해 살아가는 현실속에서
제2·제3 셀트리온 발굴로 산업생태계 자생력 키우길
정부, 온실 속 화초 대처말고 피부에 와닿는 지원해야 

 

 

이영규
아이티공간 CEO·울산정보산업협회 회장

올해 첫날 정부는 산업, 기업, 지역 분야의 3대 혁신으로 ‘새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을 보고했다. 그 내용은 대기업과 수도권 그리고 특정산업에서 벗어나, 각 지역이 자생할 수 있는 지원 정책에 포커스를 맞춰, 우리나라 5대 신산업을 중심을 오는 2022년까지 3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산업부 정책을 두고 관계 현장과 학계에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이 완전히 결여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5대 선도 프로젝트가 이미 오래전부터 대기업 중심으로 고착화 돼 왔고, 규제 특례도 이전 정부가 추진하던 규제프리존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큰 골자이다. 

대통령제에 의한 지방자치제로 경영되는 우리나라에서, 산업전반의 흥망성쇠는 정부정책 및 지자체장의 의지가 압도적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가들은 언제나 해외사례들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도 경제성장을 위해 중소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한결같이 목소리를 높여왔다. 우리나라 기업생태계는 대기업에 의존해 연명하는 중소기업 수가 압도적이다. 혁신적 열정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그 기반을 탄탄히 굳혀온 중소기업 대표가 아닌 이상, 대기업에 의존한 기업생태계에서 실패를 무릅쓴 새로운 시도를 부추기기엔 그 장벽이 너무나 크다. 그리고 우린 이 모든 결과를 정부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도시와 기업은 피와 맥, 온도가 있는 사람의 인체와 같다. 천편일률적인 잣대로 수천, 수만 중소기업들의 자생능력과 구제방법을 정부가 일일이 강구하기엔 사실 무리가 있다.

얼마 전 ‘미래를 여는 인물 대상’을 수상한 김용환 한의원장과의 개인적인 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한의학의 미래에 관한 질문에 김원장은 서양의학은 첨단 기계화된 로봇으로 대체 가능해 서양의학은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지지만, 한의학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 이유는 서양의학은 인간을 단일화된 개체로 보고, 그 개체에서 발현할 수 있는 모든 의학적 정보를 통계학에 기초해 자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의학은 ‘인간마다 체질과 그 기질이 천차만별로 다르다’라는 출발점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래서 한의학은 개인 개인마다의 수 만 가지 체질과 특성에 기인하여 한의사의 촉과 감, 경험과 경륜에 의한 진맥 등으로 그 병의 근원이 되는 뿌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통일되고 정리된 단일화 개념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기업구조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대기업에 의존치 않고 생존에 몸부림치는 대한민국 중소기업들이 건강한 자생을 이어가기 위해선 그 기업들의 생존체계를 면밀히 파악해야만 한다. 기업은 제도 하에 움직이는 학교도, 조직적 체계도 아니다. 그야말로 생존에 목숨을 건 정글과 같은 삶의 전쟁터로 약육강식의 생태계에서는 언제나 제1인자만 존재하는 법이다. 

그러나 언제라도 생쥐가 사자도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그 힘을 눈물겹게 길러야만 하는 생존경쟁의 터전이 바로 산업생태계인 것이다. 이러한 울산이란 산업생태계에서 왜 울산은 현대, SK로 대변하는 대기업의 도시, 그 대기업으로 장악되는 도시로 포장해 오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정말 정부의 주장대로 중소기업의 활로를 펼치는 실질적 정책을 반드시 실현하고 싶다면, 지금 이 대기업이 군림하는 도시경제 시스템에서 울산이라는 브랜드를 높이고 그 생존대책을 강구하고 싶다면 어떻게든 자생하는 울산 중소기업들의 생존전략을 한번이라도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 

정부의 정책은 정말 중요하다. 그 정책이 기업정글의 환경과 토대가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동물은 그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야만 하는 생존본능과 운명이 있다. 처절한 생존본능으로 이 피라미드에서 1인자로 자리 잡기 위해선 정부가 매번 발표하는 비닐하우스 온실 속의 화초키우기식의 대처방법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변화에 기회를 포착 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자들에게 둘러싸이고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린다면 지금 당장의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살펴주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거대한 공룡의 시대를 지나, 민첩하고 상상력이 풍풍한 인간의 시대가 왔듯이 말이다. 목숨을 겨우 이어 살아가는 연명이 아니라, 혁신을 성공시킬 제2, 제3의 셀트리온이 현재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울산에서 발굴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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