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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목관 홍세태가 남긴 조선 후기 울산의 생활·문화 (1) 밤마다 베 짜는 마을
가난에 허덕이며 가족의 옷감·생활비 마련하는 여인의 삶
13면 기사보기 신문보기 JPG / PDF
  • 이정한 현대고 교사·동구문화원 지역사 연구소장
  • 승인 2018.01.10 22:30
  • 댓글 0

 

 

 

 

 

산업수도 울산은 그동안 외적인 성장에 비하여 내적인 문화적인 성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그러므로 과거의 기록문화 유산을 통하여 울산의 새로운 문화 컨텐츠의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울산에서 홍세태는 정말 보배와 같은 존재이다. 그것은 그가 당시 당대 최고의 문인이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 당시 지역민들의 생활과 문화를 가장 절절하게 잘 표현하였기 때문이다. 울산의 감목관으로 생활하면서 지은 대부분의 그의 글들은 당시 지역민들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어려웠던 현실 생활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지역민들의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므로 조선시대를 이해하는데 그의 시는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울산의 문화와 풍속을 연구하는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바라면서 조선 후기 1720년대의 울산의 생활과 문화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각 영에 바칠 어세 마련 못해
남자들 고기잡이 근심 가득
아내가 밤마다 베 짜 생계 꾸려


고단하고 힘든 조선 여인의 삶
감목관으로 다스리는 백성
가난에 허덕이다 죽어간 딸



 

 

서산(西山) 흰 눈에 황혼(黃昏)이 빛나는데/西山白雪照黃昏
외로운 성에 고각 불면 다시 또 문을 닫네./吹角孤城又閉門
검게 물든 겨울 바다 고기잡이 근심도 가득한데/海黑冬漁愁極浦
추운 날씨에 밤마다 베 짜는 마을은 어디인지…/天寒夜績問何村
목관의 근심은 귀밑머리 빠지듯 차갑게 떨어지는 마음인데/客懷冷落餘雙鬢
세월의 빛은 푸르게 한 잔 술잔에 넘쳐나네./歲色蒼然滿一尊
갓난아기 새로이 말 배우듯 기쁜 것은/却喜兒童作新語 
봄바람에 입춘(立春)의 깃발 나부끼네./東風須早立春幡    

 

이 시는 ‘저녁에 앉아서/夕坐’이다. 계절은 흰 눈이 황혼에 빛나는 겨울이다. 날씨가 추워서 외로운 성에 고각을 불면 관아의 문을 닫고 하루 일과를 마치게 된다. 그런데 목장의 남자들은 이 추운 날씨 속에 이미 해는 져서 검게 물든 겨울 바다에서는 아직도 고기잡이에 대한 근심이 가득하다. 병영과 각 영에 바칠 어세를 아직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그의 아내는 이 땅의 추운 날씨에 세금으로 바칠 베와 가족들의 옷감 및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밤마다 짜고 있다. 

 

무명 베틀작업 그림.(기산풍속도. 스왈른 수집본.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 박물관.39쪽) 한 여인이 베틀로 무명을 짜고 있다. 베틀이란 무명, 모시, 삼베 따위의 피륙을 짜는 직기를 말한다. 베틀에 앉은 여인이 오른손으로 바디집을 잡고 왼손으로 배 모양으로 생긴 북을 들고 있다. 북 속에 씨줄로 사용하는 실꾸리를 넣은 다음 씨줄을 주고 오른쪽 발에 신고 있는 끌신(베틀신)을 당겨가며 옷감을 짠다. 과거에는 농촌 어느 곳에나 있었다.



 과거 이 땅에 살았던 여인들의 삶은 이처럼 고단하고 힘든 나날의 계속이었다.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우리말의 딸은 원래 범어인 타라(多羅)에서 유래한 말로 관세음보살의 눈물방울 속에서 태어난 영원한 소녀를 뜻한다고 한다. 아름답고 슬픈 한편의 시처럼 딸은 눈물방울 속에서 태어난 다라관음인 것이다. 

물론 딸이 눈물에서 태어났다고 하는 것은 늘 나약한 눈물만 흘리는 존재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생명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눈물에서 태어난 딸의 힘이야 말로 사랑의 원천이요, 마른 땅을 적시는 영원한 강물이 되는 것이다. 
 

베매기 그림.(기산풍속도. 스왈른 수집본.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 박물관.38쪽) 두 여인이 한 조가 되어 무명실에 풀칠을 하여 말리면서 도투마리에 감고 있다. 작업 복판에 날실로 베날기를 한 뒤 풀칠을 하며 겻불을 피워 말리고 이를 도투마리에 감는 작업을 베매기라 한다. 베매기는 날실의 인장강도를 높이고 보습기능을 부여하며 직조할 때 베틀위에 올려놓고 조금씩 풀어 쓸 수 있도록 도투마리에 감는 작업까지를 말한다.



 이처럼 당시의 여인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아 밤낮으로 가족을 위하여 노력하였다. 지금처럼 도장시설이 없었던 당시에는 한 끼의 밥을 짓기 위해서는 수많은 절구질과 채질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런 밥을 짓기 위한 양식이 없을 때에는 또 계절에 따라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가족의 끼니를 잇기 위해 노력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작자의 머리에 떠오르는 밤마다 베를 짜는 마을의 여인은 단순히 자신이 다스리고 있는 백성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울산 감목관으로 부임한 후 얼마 전에 서른의 나이로 가난에 허덕이다 죽어간 바로 자신의 딸이요. 이 땅의 딸이 되는 것이다. 

 울산의 감목관으로 재임하던 바로 그 해에 이제 겨우 34살이 된 딸과 사별하며 그는 이렇게 읊고 있다. 

밤에 누워서 잃어버린 딸과 손자를 생각하며 슬픔을 이기지 못한 감정을 적었다./夜臥念亡女及俊孫不勝悲咽口占述感’
잃어버린 딸에 대한 깊은 정(情) 칼로 잘라낼 수도 없어서/此生終未割情根
이 한밤 침대에 누워 몰래 눈물 흘리네./伏枕中宵暗淚痕.
애통하다. 너는 꿈에도 나타나지 않으니/痛爾不曾來入夢
혼(魂)조차도 저 세상에 남아 있지 않을 것 같네./九原今亦似無魂.


당시 그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면서 따뜻한 쌀밥 한 그릇 주지 못하다 시집을 보냈는데, 고된 시집살이와 가난에 허덕이다 34살의 꽃다운 나이에 죽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런데 꿈에서도 조차 나타나지 않는 딸에게 너무 미안하며 또한 원망스럽기도 하다. 이런 아픔을 겪고 있었기에 그는 유독 베 짜는 여인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울산 동구 남목마성 유적.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지역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돌아보며 생각해 보면 귀 밑 떨어지는 차가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기쁜 것은 이 겨울이 다하면 다시 따뜻한 새봄이 온다는 것이다. 그 기쁨은 어린아이가 말을 새로 배우듯 새롭게 인생의 참맛을 알아가는 기쁨이요.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가며 자연에 순응하는 지역민의 순박하면서도 끈끈한 삶에 대한 집착과 사랑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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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한 현대고 교사·동구문화원 지역사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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