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우월감 강한 58년 개띠
사회생활의 뉴리더로서 돋보여
어른으로서 조금 더 당당해지길

 

정은영
울산예총 사무처장

무술(戊戌)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벽두는 희망이 넘친다. 사람들마다 이루고 싶은 소망 하나쯤 가슴에 담고 새해첫날 일출을 맞는다. 그러나 벌써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들이 들려온다. 하지만 용기를 잃지 마시라, 3일마다 다시 목표를 정하고 또 정하면 1년은 무난하리라 믿는다. 무술년을 사전적 의미로 보면 천간(天干)이 ‘무(戊)’이고, 지지(地支)가 ‘술(戌)’인 해.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헤아리면 서른다섯 번째 해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빙빙 돌려서 풀이하지 않는다. 그냥 개띠해라고 하면 통하기 때문이다. 12간지에 띠별로 동물들이 있다. 해마다 띠가 바뀌고 12번째는 누구나 자기 띠를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보면 띠가 그렇게 대수롭지 않다. 그런데도 대수로운 띠가 있다. 다름 아닌 58년 개띠들이다. 개띠들도 12년을 주기로 띠 동갑들이 많다. 그러나 58년 개띠들은 그냥 개띠라고 하지 않는다. 꼭 58년 개띠라고 해야 직성이 풀린다. 얼마나 별났는지 58년 개띠는 백과사전에도 등장한다. 1993년 전미숙이라는 현대무용가가 ‘58년 개띠’라는 주제로 제작된 현대무용이 무대에 올려 졌고 백과사전에 등재됐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58년 개띠라고 하면 사람들이 그냥 웃는다.

어디를 가도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띠가 58년 개띠라고 하는데 이유는 뭘까. 개떼처럼 많아서일까, 사실은 아니다. 살펴보면 수가 많아서 별나진 것도 아니다. 2015년 2월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기준 61세 즉 58년 개띠 수는 35만9,504명이다. 이는 62세 36만7,097명과 63세 41만5,361명, 64세 39만3,942명과 비교하면 수가 참 많이 모자란다. 그러나 굳이 따진다면 이유는 다름 아닌 사회적 활동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대개 1977년 고교를 졸업하고 일부가 대학을 갔으며 대부분이 직장을 구했다. 직장에서의 연령층이 매우 두텁다. 기업체 근무로 병역혜택을 입은 특례보충역 연령층이 가장 많다. 그들 동갑들끼리 말을 트면서 자연스레 개떼 어떤 역할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나하는 짐작만 해볼 뿐이다. 

58 개띠들이 중심이 된 7080 세대들은 만나면 우선 나이부터 물었다. 동갑네기면 그 자리에서 일순간 말을 텄다. 그러니 다른 나이 군들에 비해 개띠들의 친밀감이 유독 강했고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결국은 개떼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면서 이들이 집단적 우월감을 가지게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 외는 별로 드러낼 것이 없다. 그러나 지금도 58 개띠들이 어디를 가도 으스대는 모양들이 우습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세월은 비껴가지 않았다. 근래 들어 58년 개띠들이 노령인구로 변해가는 사이에 70년 젊은 개띠들이 일어섰다. 58년 개띠들의 대(代)를 이를 것 같아서 작정하고 그들을 지켜보는 중이다. 

개띠들은 선거판 등에서도 가만있질 못한다. 각각의 띠들이 운집 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자칫 선거판의 놀이 감이 되기 십상이니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도 개띠들만 인터넷 카페에서 동갑들을 뭉치게 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의문이다. 각설하고 주변에서 띠별로 심심풀이삼아서 풀어내면 개띠들은 개의 특성으로 볼 때 순종형이다. 그래서 주인을 잘 따르고 배신하지 않는다. 

개띠들은 사회활동에서도 나서기 보다는 참모형이 많다. 참모로서의 역할은 어느 띠 보다 앞선다고 하니 필자 주변에도 훌륭한 참모형 개띠들이 있는지 둘러봐야겠다. 개띠들이 정치판에서도, 기업체에서도 슈퍼리더보다는 뉴리더 역할이 돋보인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듣고 보니 그럴 듯하다. 

다시 강조하건데 2018년 무술년 개띠는 황금개띠 해다. 사주오행과 오방색에 적용해 ‘노랑(황금) 개띠’의 해로 풀이된다. 사람들이 황금을 좋아해서 그렇게 풀이를 해놓은 것인지는 몰라도 듣는 기분은 나쁘지 않다.

그러니 올해는 개띠들에게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우선 환갑잔치부터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현재 사회적 위기에 놓인 현상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어른으로서 좀 더 당당해져야 한다. 사회적 위치로 보면 말발이 가장 센 위치다. 어른노릇하기 어려운 시절에 58년 개띠들이 그 역할을 했으면 하는 기대를 한다.

그래서 개띠들로 인해 세상이 바로서면 얼마나 좋을까. 주인을 섬기듯 세상을 섬기는 개띠들이 되었으면 한다. 점차 믿을 사람이 줄어드는 세상에 개처럼 믿음 가는 동물도 드물다. 그 신뢰가 세상을 이끄는 아이콘이 될 것이다. 무술년 새해 58년 개띠들 만세소리 우렁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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