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개체 훼손 없이 정류장 설치 또는 이식 방안 검토

생명의숲 “이식 경험 없고 주변환경 영향 밝혀진 바 없어
국가지정 보호종 적극적 보호대책·전문가 조사과정 필요”

군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 때 노선 변경 등 대안 포함”

울산 울주군이 속도를 내고 있는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이 ‘구름병아리난초’라는 복병을 만났다. 지역 시민환경단체는 멸종위기종인 이 자생지를 원형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예정된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생명의숲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 대상지에서 발견된 ‘구름병아리난초’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울주군이 실시한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실시설계 용역 착수보고회에서 환경현황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에 따르면 구름병아리난초를 비롯한 벌매, 참매, 수달 등 기존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발견되지 않았던 멸종위기종이 다수 발견됐다. 다소 서식지 반경이 넓은 동물들과 달리, 문제는 구름병아리난초다. 특히 조사에서 발견된 자생지는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인근이다.

당시 울주군은 최대한 개체를 훼손하지 않는 방안으로 정류장을 설치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명의숲은 ‘이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자생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의숲은 “다년생초본인 구름병아리난초는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어려운 생물’이라고 할 만큼 특별한 식물”이라며 “이 식물에 대해 현재까지 이식을 해본 경험이 없고 미세한 기후 변화를 비롯한 주변 환경이 달라졌을 때 계속적으로 발아와 생육이 가능한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보존과 활용에 관한 결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국가가 지정보호하는 보호종 목록에 있는 식물 서식지가 알려진 만큼 적극적인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환경변화를 가져오는 어떠한 행위도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자생지 보호는 관광자원화 사업과 별개로 전 세계적으로 펼치고 있는 생물 종 다양성과 생물자원확보차원에서 거시적인 안목으로 바라봐야 할 사안”이라며 “지속적인 생육환경보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시민환경단체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별도의 조사과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울주군은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에서 논의될 내용이라고 밝혔다. 군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본안 협의를 위한 서류를 제출하면서 구름병아리난초 자생지를 보존할 수 있는 여러 대안도 함께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대안에는 개체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한다거나 유사한 다른 곳으로 옮겨심는 방안, 현재 노선을 변경해 개체 자생지를 피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 등 여러 선택지가 포함된다. 노선을 변경하더라도 구름병아리난초 자생지가 넓은 지역에 걸쳐 있지 않아 미세한 조정일 뿐 사업에는 큰 차질을 주지 않는다는 게 울주군의 설명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구름병아리난초 자생지를 보호하는 방안을 전문가들과 검토하고 있다”며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최적의 방안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주군은 내부적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이달 중 환경영향평가 본안 서류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과 관련해서는 최근 지역 주민들이 사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잇달아 열고 있다. 이날도 울주군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는 울주군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들의 숙원인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은 하루 빨리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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