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삶을 변화시킬 기술 중 인공지능(AI), 가상화폐, 자율주행차 등이 꼽혔다. 2017년말 월스트리트저널은 2018년 말엔 수수료가 낮아져 가상화폐로 피자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상화폐는 국적이 없다. 국가의 화폐 발행권과 재정권을 뒤흔들어 돈의 무정부 시대가 오고 있다. 10년 전엔 껌 하나 살 수 없었던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1년 만에 1,400% 뛰어 2,000만 원이 넘는 대박투자 상품으로 바뀌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만큼 가상화폐에 빠진 나라는 없다. 한국은 일종의 ‘그라운드 제로(폭탄 투하 지점)”라고 했다. 가상화폐는 365일 24시간 거래된다는 점에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잠들지 못하는 욕망과 닮았다.

가상화폐로 석 달에 3억원을 벌었다는 어느 저자는 원고를 쓰는 중에도 중에도 가격의 등락폭이 워낙 심해 몇 번을 고쳐썼다고 고백했다. 국내에서만 300만 명이 하루 최대 6조원까지 거래하는 시장이다. 이들 중 60%인 180만 명이 20~30대라고 한다.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 자신도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꿈,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가 사라진 이들에겐 가상화폐가 ‘마지막 희망’이다. 꽉 막힌 현실에서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가상화폐가 자신을 구원해 줄 ‘인생의 동아줄’이라고 믿는다.

한국에서 거래되는 가상통화가 국제시세보다 30~50% 비싸 ‘김치 프리미엄’이라며 시장이 과열됐다. 투자의 위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달려드는 특유의 투자 문화도 원인 중 하나다.

모든 투기는 ‘이번엔 다르다’는 착각에서 시작된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파티가 끝나고 음악이 멈추면 누가 발가벗고 춤을 추고 있었는지 드러날 것이다. 10년 전 대표적 가상통화 비트코인이 등장했지만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손놓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가상화폐는 가치 없는 돌덩어리”라며 거래를 폐쇄하겠다고 나섰으니 원성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불구경은 끝났다. 이제 관리·감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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