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사용 따른 기후변화 바늘과 실 같은 존재
갈수록 심해지는 지구온난화 소빙하기 부를수도
향후 자연재해 대비 위해 화석연료 사용 줄여야 

 

김준범
울산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

며칠 전 올 겨울 최강 한파가 온 날에 서울로 출장 갈 일이 있었다. 울산도 추운데 서울은 영하 15도라고 해서 올해 처음으로 내복을 꺼내 바지 속에 입고 방비를 단디(?) 했었다. 밖에 걸어갈 때에는 덜 춥고 좋았는데, 지하철이나 회의실에서는 다소 덥고 갑갑한 느낌이었다. 불과 30여 년 전에는 겨울이 되면 내복을 꺼내 입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었고, 취업을 해서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내복을 사서 선물해드리는 것이 효자의 덕목처럽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사무실이나 공공장소 모두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해 한겨울에도 춥지 않게, 한여름에도 덥지 않게 지낼 수 있는 편안한 세상이 되었다.

얼마 전 미국 동부에 체감온도가 영하 40도 이하로 떨어져 동사자가 발생해 난리가 났었는데, 이번엔 우리나라에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5도 이상 떨어질 때 발효되는 한파 경보가 발령됐었다. 이와 같이 온도가 급격하게 변화되는 이유는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의 삶을 안락하게 유지하기 위해 석유, 석탄과 천연가스를 위주로 한 많은 양의 에너지가 사용되고 있다. 석유의 원재료인 원유가 만들어지기까지 2∼3억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우리가 석유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직 100년도 안되었고, 지금의 사용 속도로 볼 때 앞으로 100년 이상은 사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유의 사용 기간인 200년과 생성 기간인 2억년의 차이를 거리로 환산해 보면, 1m와 1,000km의 차이에 해당된다. 1,000km를 걸어가려면 울산에서 출발해서 서울, 신의주를 거쳐 만주까지 가야되는 거리이고, 하루에 20km씩 걸어도 두 달 가량을 계속해서 가야 할 것이다. 두 달 동안 걸으면서 만든 것을 1m를 걷는 단 몇 초에 소비하는 것이 원유의 생산과 소비 실태이므로 지구가 다소 몸살을 앓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화석연료의 급격한 사용으로 인해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되었고, 지속적으로 증가한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우주로부터 들어오는 외부 에너지를 보존해 지구를 따뜻하게 하는 담요 역할을 하는 것이 지구온난화이다. 이에 대한 결과적인 현상으로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어 북극항로 개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북극이 따뜻해지는데 왜 기록적인 기습한파가 전 세계를 힘들게 할까? 과학적으로는 제트기류의 교란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제트기류는 지상 10km 높이에서 100∼200km의 속도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으로 지구의 대기를 섞어주는 순기능이 있다.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제트기류의 도움을 받아 11시간 정도에 갈 수 있지만, 반대로 한국으로 올 때는 13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도 제트기류의 영향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북의 35도 정도에 위치하지만, 여름에는 북위 50도 부근에 형성된다. 

일반적으로는 북극의 강한 한파가 제트기류라는 커튼에 막혀 내려오지 못하기 때문에 북극은 찬 상태로 유지되고, 제트기류의 남쪽은 상대적으로 온화한 기후를 유지할 수 있다.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 지역 간의 온도 차이에 의해서 힘을 얻고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북극의 온도가 높아지면 제트기류의 동력이 약화, 부분적으로 커튼의 기능이 줄어든 지역으로 북극의 한파가 직접적으로 내려오면 미국이나 우리나라가 겪은 기습적인 한파가 들이닥치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지구온난화에 의해서 지역적으로 작은 빙하기가 올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 최근에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는 셰일가스 덕분에 유가가 몇 년 전과 같이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화석연료의 사용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세대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화석연료를 마음껏 펑펑 사용하는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량 에너지 사용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조금씩 양보할 수 있다면 작금의 기습한파나 혹시 있을지 모를 소빙하기 등의 부작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