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 (人糞)은 가장 더러운 것의 대명사요, 불명예의 상징이다. 그래서 인분을 끼얹는 행위는 울분 토로와 질타의 방편이기도 하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굴욕의 극치다. 1978년 노조 해체를 위해 동원된 폭력배들이 동일방직 여공들에게 인분을 들이붓고 먹이기까지 한 사건은 반인간적 야만행위로 기록됐다.

이러니 인분이 무기로 쓰인 건 놀랄만한 일이 못된다. 조선 민병(民兵)의 무기였던 분포(糞砲)와 금즙(金汁)이 그 예다. 분포는 항아리에 모아 둔 분뇨를 대나무통에 넣어 성(城) 아래 적에게 쏟아 붓는 것을 말한다. 금즙은 인분을 걸러서 1년 정도 삭힌 것으로 독성이 매우 강하고 냄새가 지독한 무기였다고 전한다.

‘싯홀(shithole)’은 ‘똥’을 뜻하는 ‘shit’와 구덩이를 뜻하는 ‘hole’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똥구덩이’다. ‘거지소굴 같은 곳’이라는 뜻의 미국사람들 욕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회의 도중 중남미 아이티·엘살바도르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똥통’ 즉 ‘거지소굴 같은 곳’이라고 표현해 당사국과 국제사회 반발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아프리카 54개국 유엔 주재 대사들은 긴급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세계 각국 언론에선 트럼프의 욕설을 어떻게 번역해 전달할지 고민거리였으며 다양한 표현이 등장했다. 일본 언론들은 ‘불결한’(NHK), ‘더러운’(산케이) 처럼 최대한 순화된 표현을 썼다. 중국도 ‘나쁜 나라들’(인민일보) 이라는 정제된 표현을 썼다.

유럽언론들은 ‘세계의 배설구’(체코), ‘돼지우리’(루마니아) 등으로 번역했다. ‘새가 알을 낳지 않는 곳’(대만), ‘늑대가 짝 짓는 곳’(세르비아) 처럼 자국 정서에 따라 에두른 표현들도 눈에 띄었다. 반면 필리핀 언론들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평소에 자주 쓰던 표현이었기에 ‘똥통’이란 표현을 그대로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단어(shithole)는 쓰지 않았다고 해명 했으나 한마디 말 실수로 미국의 품격이 ‘똥구덩이’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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