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 한계 극명
올해 제2 부흥기 맞이하기 위해선
정부·중기 변화 물결에 뛰어들어야

 

조기홍
바커케미칼코리아 공장장

2018년 무술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매해 1월을 맞이하는 마음이란 모두가 같을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펼쳐본 새하얀 다이어리에 정갈하게 꾹꾹 눌러쓴 새해 계획들은 언제나 이루어질 것 같은 희망을 준다. 그렇지만 나라 안팎으로 들려오는 뉴스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하다. 세계적으로 보호 무역 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지도자의 독주체제 구축 및 미국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 경제정책은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다.

울산과 관련된 뉴스는 더욱 암울하다. 누군가는 위기의 울산을 구해줘야 할 듯 하다. 히어로는 늘 있어왔다. 지난 10년간 녹색 성장이 그랬고 창조 경제가 그랬다. 그렇다면 2018년 오늘의 히어로는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작년 각종 경제관련 세미나에서 어렵지 않게 들었던 구호가 4차 산업 혁명이다. 과연 4차 산업 혁명이 울산의 암울한 경제의 타개책으로 볼 수 있을까? 

4차 산업 혁명 구호에 앞서 울산 경제의 위기는 어디서부터 왔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과연 우리 울산이 최첨단이 아니어서, 기술력이 모자라서 문제가 됐던 것인가? 울산은 대기업 위주의 수출 도시이다. 그리고 대기업 위주로 중소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있으며 대기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그들도 그 운을 함께해왔다. 수출 경기가 좋을 땐 문제가 없었겠지만, 어떤 기술이나 시장 개척 없이 대기업이 주는 편한 일감에 기대어 온 기형적인 울산의 기업 생태계가 울산의 위기를 가져온 것이다. 이것은 단지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한민국 경제 전반의 문제이다.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이제 대기업 위주의 경제 성장에 한계가 왔음을 체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활성화가 답이란 말인데, 우리 정부가 중소기업에 관심이 없는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매우 적극적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정치권도 중소기업을 돕는다고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은 왜 항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중소기업은 주로 자금 조달의 애로를 호소하는데, 각종 지원정책의 명칭은 서로 달라도 수단은 대부분 자금지원이여서 투입에 비해 성과가 현저히 낮다. 제대로 쓰였다면, 성과가 있었겠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지금까지 없어 보인다. 

여기서 독일의 중소기업정책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독일의 중소기업은 지역은행 중심의 주거래은행을 통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자금을 융통 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리고 일반 시중은행들은 어려울 때 제일 먼저 중소기업 자금부터 회수하고 심지어 그나마 있는 지역 은행들은 대형은행에 통합되고 있다.  

중소기업이 겪는 문제는 자금난 말고도 인력수급문제가 있다.  취업이 안된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에 입사하겠다는 청년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원인은 간단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 격차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중소기업 평균임금 수준은 대기업의 80%~90%로 그 격차가 크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60% 초반에 불과하다. 대기업의 임금을 100으로 보면 중소기업은 60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다양한 육성 정책에도 임금격차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근본적으로 경제성장에 따른 결실과 성과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중소기업 육성 정책은 결국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독일의 중소기업 정책은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울산 경제에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경제 성장의 시작은 사람이고 그런 인재들이 중소기업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우리는 지금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 역시 현재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 해야 한다. 고도의 특화된 제품 개발은 물론 하청 구조를 넘어서 세계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려는 자체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금 울산은 변화의 시점에 서 있다. 2018년은 새로운 울산 경제 출발의 원년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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