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20~50대가 대부분, 참가자 절반은 남성 
"울고 싶은 남성·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여성도"

"눈물에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함께 모여 감동적인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림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루이카쓰(淚活)'가 최근 일본의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일하는 세대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가쓰(活)"는 활동을 의미하는 말이다. 취업활동을 의미하는 '슈카쓰(就活)', 품위있는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는 '슈카쓰(終活)', 건강한 임신을 하기 위한 계획적인 활동을 의미하는 '닌카쓰(姙活)'와 같이 쓰인다. '루이카쓰'는 의식적으로 우는 행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이달 초 완전히 어두워진 오후 7시가 좀 넘은 시각 도쿄(東京) 우에노(上野)에 있는 한 '루이카쓰' 행사장에 일과를 마친 회사원들이 모여들었다. NHK에 따르면 이날 참가자는 여성 10명, 남성 10명 등 20명이었다. 스크린에는 지방 소재 악기판매회사의 CM이 비쳐졌다. 딸의 결혼 피로연에서 피아노를 칠 줄 모르는 아빠가 죽은 엄마와의 추억이 서린 곡을 서툰 솜씨로 연주하는 내용이다. 참가자들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이어 여기저기서 훌쩍이며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달 초 도쿄 우에노에서 열린 루이카쓰 행사 참석자들

'루이카쓰'는 5년 전 도쿄에 있는 한 이벤트 회사가 시작했다. 행사를 기획한 이벤트 플래너 데라이 히로키(寺井広樹)씨는 당시 '이혼식'행사를 하는 사업을 했었다, 이혼식에서 실컷 운 사람일수록 개운해 하는 걸 보고 "눈물에는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도호(東邦)대학에서 뇌생리학을 연구하는 아리타 히데호(有田秀穂) 교수에 따르면 "눈물을 흘리면 부교감신경이 자극돼 깊은 잠을 잤을 때와 마찬가지로 뇌가 편안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루이카쓰' 행사에서는 눈물을 흘린 후 좌담회를 갖는다. 평소 남에게 보이지 않던 모습을 보인 후에는 이상하게도 고민거리를 솔직히 털어놓는다고 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대인은 너나 없이 수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루이카쓰는 애초 여성을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참가자의 절반은 남자다. 그것도 한창 일할 30대에서 50대가 대부분이다. 이날 루이카쓰에서 영상을 보고 눈물을 쏟은 시스템 엔지니어 미카미 요시하루는 올해 47세다.오랫동안 프리랜서로 일했지만, 거래처와의 관계에 스트레스를 받아 한때 다른 사람과 이야기조차 할 수 없게 된 적도 있었다. 회사에 취직한 것을 계기로 다른 사람과 조금씩 이야기하게 된 그는 선배의 권유로 남과의 소통을 더 잘해보기 위해 루이카쓰에 참가했다. "눈물을 흘리는 건 벌거벗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보이지 못할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 되면 친근감이 솟는다"고 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울고 싶었지만 참았다는 여성 관리직 참가자

눈물을 흘려볼 요량으로 루이카쓰에 같이 참가했지만 울지 못하는 여성도 있었다. 도쿄도내의 상사에 근무하는 요코하마 도모코(42)씨는 이번이 3번째 루이카쓰 참가지만 그동안 한 번밖에 울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데선 우는 게 편하지만 참자"고 생각했다.

건강식품과 미용식품을 취급하는 상사의 여성 관리직인 그는 겉보기에는 온화하지만, 항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는 영업맨이다. 30세 때 관리직으로 발탁돼 지금은 부장으로 영업부문을 총괄한다. 부하 직원 6명은 모두 남자이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다. 매일 보고를 받고 정확하게 지시를 해야 하지만 부하인 남성사원들과의 사이에 벽을 느낀다. 그는 책상 위에 항상 손바닥 크기의 거울을 비치해 놓고 "늘 웃는 얼굴인지" 확인한다.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면 편하겠다고 생각하지만, 회사에서는 역시 참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런 요코하마씨가 올해 초 사무실에서 부하 직원 3명, 다른 부서 여성 사원 1명과 함께 루이카쓰를 열었다. 이벤트 회사에서 빌린 영상물을 상영했다. 이어진 좌담회에서 흉금을 터놓는 이야기가 오갔다.

평소 회의에서는 볼 수 없던 툭 터놓은 분위기였다. 요코하마가 "할까 말까 망설이는 게 있어도 한 꺼풀 벗어 던지는 가까운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부하 직원이 "부장의" 인간미 부분을 별로 보지 않았던 것 같다"거나 "같이 식사라도 하고 해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관계를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마지막에는 "열심히 하겠다. 열심히 안 해도 되지만…."이라며 모두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고 웃는 얼굴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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