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교육 필수화 시대 도래했지만
자원·인프라 확충 없인 활성화 한계 
4차 산업혁명 위해 교육 혁신 나서야

 

허성관
울산 대현고등학교 교장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세계 경제포럼의 연차회의)은 세계가 4차 산업혁명단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음을 알렸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소프트웨어(이하 SW)가 자리 잡고 있으며, SW를 이용해서 우리의 삶이 더 행복해지고 풍요로워지는 SW 중심사회로 향해 가고 있다.

1월 9일부터 4일간 ‘CES 2018’(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됐다. 올해의 주제는 ‘스마트시티의 미래’였다. 스마트시티는 미래 첨단 도시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사람, 전자제품, 자동차, 집 등 모든 요소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연결되는 세상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SW를 활용한 모바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5G(5세대 이동통신) 등의 기술이다. ‘CES 2018’에 참가한 세계 최고의 기업들은 저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혁신적인 기술들을 선보였다.

이와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개막과 해외의 SW 교육 열풍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올해부터 SW교육이 의무화된다. 올해는 중1과 고1이, 내년부터는 초등 5, 6학년이 단계적으로 SW 교육을 받게 된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선 작년에 SW 교육에 대한 준비 단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교육부 지정 SW 교과 중점학교 공모 신청에 대해 많은 교원이 SW 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과 여러 가지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선생님들과 학생회 대표, 학교운영위원, 학부모 대표들을 일일이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SW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우여곡절을 겪은 다음에야 비로소 교육부로부터 SW 교과중점학교 지정을 받을 수 있었으며, 어렵게 운영 TF팀을 조직해 선진학교 벤치마킹을 하고 학교 여건에 맞게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올해는 교육청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정보 컴퓨터 교사가 증원된다. 진행 중인 창의 융합실 공사가 마무리되면, 3월부터는 1, 2학년에 각각 정보 과목을 개설하고, 소인수 과정, 거점형 공동교육과정,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코딩, 로봇, 드론, 3D 프린트 등을 활용한 다양한 SW 교육을 하게 된다. SW 교육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사물이나 현상을 논리적으로 분석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다. 이러한 SW 교육의 목적은 코딩 기술 습득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해결할 수 있는 논리 형성 및 미래 사회의 변화를 인지하고 지배할 줄 아는 인재양성에 있다. 이미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선진국에선 일찌감치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SW 교육을 중요과목으로 지정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SW 교육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관련 정책과 서비스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제 SW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선 관련 자원 및 인프라가 미흡해 SW 교육에 대해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새롭게 시작되는 SW 교육이 학교 현장에 잘 안착하고 활성화되려면 정보 컴퓨터 교사 양성과 수업을 담당할 교사에 대한 체계적인 연수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학교 현장의 컴퓨터실 확충과 시설개선, 노후 컴퓨터 교체 등을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 없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SW 교육이 현장에서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다빈치연구소 소장)은 2030년 전에 20억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기술 발전은 상상 너머의 세계를 내다보게 하고 있다. 언젠가 미래 직업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므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아디다스는 600명이 연간 50만켤레를 생산하던 중국 공장을 철수하고 독일에 ‘스피드 팩토리’라는 로봇 자동화 설비 공장을 건립, 단 10명으로 동일 생산량 유지가 가능한 혁신을 이루어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SW이다. SW 역량이 다가올 미래의 개인, 기업,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대비하고,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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