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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가을 뻐꾸기’와 무장공비 김신조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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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8.01.24 22:30
  • 댓글 0

믿을 수 없는 헛소문쟁이 ‘가을 뻐꾸기’
‘평양올림픽’으로 둔갑시키려는 북한
‘노래폭탄’ 앞세운 ‘탁란’수작 보고만 있나

김신조, 1968년 1월 22일 국군에 투항
국방부 기록엔 아직 ‘체포된 북한공비’
군복무 기간 18개월로 단축은 신중해야

 

김병길 주필

“(평창에 내려갈) 우리 대표단을 태운 열차나 버스가 아직 평양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남조선 당국자는 착각하지 말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비난하면서 쏟아 놓은 말들이다. ‘평창 참가’를 카드로 남한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남조선 각계가 역대 최악의 인기 없는 경기 대회로 기록될 수 있는 이번 올림픽 경기에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보내는데 대해 고마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나친 선전전으로 평창올림픽 ‘운전석’에 앉으려는 의도를 지적한 우리 언론 보도에 발끈한 북한 노동신문은 날을 세웠다.
‘현송월이 말하거나 웃는 장면은 절대 공개하면 안되고, 찍어서도 안된다’는 내용이 남북회담 합의 사항에 들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 자유가 말살된 북한 왕조에서나 있을 수 있는 황당한 내용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북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은 듯 하다.


정부는 현송월 일행의 서울·강릉 방문 중 누구나 볼 수 있는 장소 외에는 일체의 취재를 막고 정부 촬영 영상만 제공했다. 국정원 직원이 기자들에게 “(현송월이) 불편해 하신다. 질문 자꾸하지 말라”고 했다. 또 남북 실무 접촉 첫 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우리 측 보도를 북측이 문제 삼자 다음부터 아예 언론 취재를 막았다.


뻐꾸기처럼 이중성을 가진 새는 보기 어렵다. 얌체 짓과 울음소리 때문이다. 그 울음소리에는 비밀이 있다. 뻐꾹 뻐꾹 뻑뻐꾹 하는 수컷의 소리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반면 겁없이 삣 삐삐 삣 하는 암컷 울음소리는 새도 잡아먹는 수릿과의 맹금 새매의 소리와 흡사하다. 
뻐꾸기가 뱁새, 즉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 시간은 10초에 불과하다. 몰래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는 숙주가 그 사실을 알아챌까봐 새매의 소리를 흉내 내 관심을 돌리는 속임수다. 애절하고 구슬프기만 한, 또 음치 같은 뻐꾸기 소리에 그렇게 심오한 뜻이 숨어 있다. 


영어의 쿠쿠(cuckoo)는 뻐꾸기 울음소리에서 따왔지만, 의역하면 ‘정신병자’란 뜻이다. 남의 둥지에서 태어나 생판 모르는 어미·아비의 보육을 받으면서도 그 친자식들을 모조리 죽이는 가정 파괴범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다른 새들은 지저귄다거나 노래한다고 하면서 뻐꾹새만큼은 반드시 ‘운다’고 한다. 실제로 5~8월 중 뻐꾸욱 뻐꾸욱 하는 수놈의 울음소리는 한이 맺힌듯 구슬프게 우는 것처럼 들린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보여주고 있는 북한의 행태는 꼭 뻐꾸기 모습 그대로다. 그런데 최근 북한 매체들이 ‘남조선 당국자’ 운운하며 ‘가을 뻐꾸기 같은 수작을 한다’고 막말을 해댔다. 우리 언론은 가을 뻐꾸기를 ‘철 지난’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북쪽에서는 ‘가을 뻐꾸기’를 때아닌 가을에 우는 뻐꾸기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믿을 수 없는 헛소문쟁이’를 가리킨다.


지금 북한은 우리가 삼수(三修) 끝에 어렵게 따낸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앞으로 ‘노래 폭탄’을 앞세운 북한의 ‘탁란’ 수작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것인가.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 수류탄 안전핀에 손가락을 걸었다. 훈련받은 대로 자폭해야 할 시간이었다. 확성기 소리가 다시 귀를 파고 들었다. “반드시 살려준다. 믿고 나와라.”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청와대 근방까지 침투한 1968년 1월 22일 새벽 국군에 투항한 북한 특수부대 김신조 소위, 그는 기자들 앞에서 “박정희 모가지 따러 왔수다”라며 기세가 등등했다. 31명 중 김신조와 북으로 복귀한 것으로 추정되는 1명을 제외하고 29명은 모두 사살됐다. 김신조는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소속 124군 부대 6기지 2조 조장으로 남파됐다. 투항 이후 1970년 4월 10일 풀려나 자유인이 됐으며 50년이 지난 지금 76세의 교회 목사다.


그가 “박정희 모가지 따러 왔다”고 했을 때는 북한에서 영웅 대접을 했다. 그러나 안보 강연을 다니며 대한민국 시민이 된 후 1980년쯤에 그의 부모님은 고향인 함경북도 청진 시내 운동장에 서 1만 명이 보는 앞에서 공개처형 됐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7남매 중 6명의 형제는 아예 행방을 알 수 없었다. 50년 전 분명 투항한 그가 국방부 기록엔 아직도 ‘체포’로 돼 있다. 당시 군인들이 공을 내세우기 위해 그렇게 기록했을 것이다. 그의 아이들은 어릴때 그가 ‘체포된 무장공비’라는 교과서를 읽고 자랐다. 그는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 주기를 바라고 있다. 안보 강연과 신앙 생활을 하면서 살고 있는 그는 아들 딸과 손주 등 10명이 넘는 가족을 뒀다.


1968년에만 해도 북한의 국내 총생산(GDP)이 한국보다 많았다. 군 훈련 운영 시스템 등도 앞서 있었다. 휴전선 방어도 북쪽과 달리 남쪽은 허술했다. 그는 68년 1월 21일 침투하기 전에 두 번이나 휴전선을 통해 한국에 내려와 정찰 작전을 수행하고 돌아갔었다.


이른바 ‘1·21 사태’는 지금과 같은 한국의 방위 체제가 새로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그해 2월 육군 병사의 복무 기간이 2년 6개월에서 3년으로 늘어났다. 같은 해 4월 1일엔 향토예비군이 창설됐다. 모든 성인에게 12자리(지금은 13자리)의 숫자가 부여되는 주민등록증이 발급된 것은 11월이었다.


국방부는 현재 21개월인 육군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다. 61만8,000여명인 군 병력도 2022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북한의 복무기간은 최장 12년에 이른다. 사방이 적국인 이스라엘은 남성 3년, 여성 2년의 의무병제를 유지하고 있다. 북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심각한 가운데 군 복무기간 단축은 신중해야 된다.


김신조, 그는 지하철을 잘 안탄다. 얼굴을 알아본 사람 중엔 대뜸 ‘너 김신조지? XXX’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다. ‘너 때문에 군대 6개월 더 복무했다. 엄청 고생했다’며 화를 낸다. 회사 다니던 때도 그런 욕 정말 많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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