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 고조된 울산
2018년 올해 지방선거 치러지는 만큼
우리를 대표할 대리인 공들여 선출하자

 

김상욱 변호사

‘중이 제 머리를 깎지 못한다’는 옛 속담처럼 훌륭한 역량을 가지고 주변사람을 잘 도와주는 사람이라도 막상 자신의 일은 잘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일이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더 깊은 고민을 할 것임에도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자신의 일이기에 ‘욕심’과 ‘감정’이 더 많이 개입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리 판단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준 중 특정 기준(기대수익, 관련자에 대한 감정 등)에 너무 큰 가치를 두어 객관적으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직접 바둑을 둘 때보다 곁에서 훈수할 때 더 잘 보이는 것처럼 한 발짝 떨어져 마치 남의 일 관조하듯 바라볼 때, 더 정확히 형세를 읽게 되고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불가(佛家)에서도 자신과 사물을 볼 때 ‘상(想)’에 가리지 않도록 가르친다. ‘상(想)’이란 것이 결국, ‘욕심’과 ‘감정’으로 특정 가치를 지나치게 중요시 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사람이나 사물을 다루는 목적과 방법이 틀려지게 되는 것이니 같은 이치를 설명한 말이다.  

성인군자와 같은 현명함이 있다면 자신의 일이라도 마치 남의 일 다루듯 공정하고 객관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겠으나, 일반인은 그와 같은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려움을 겪을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그 사람에게 자신의 사정을 하소연한다. 또한 그 일에 대해 자기가 가장 전문가라 하더라도 타인에게 이야기하고 의견을 얻어야만 한결 마음이 놓인다. 아마도 우리 스스로도 ‘자신의 일’이기에 겪는 함정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아무에게나 하소연 할 수는 없다. 최소한 믿을 수 있고,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경험이 있는 자라야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의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 ‘판단’ 자체를 맡겨야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믿을 수 있고 실력있는 ‘대리인’은 그래서 필요하다. 아무리 그 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일이기에 ‘대리인’이 필요하다. 훌륭한 변호사라도 자신의 일은 자신이 변호하지 않고 다른 변호인을 내세운다. ‘대리인’의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대리인’의 본질이 ‘본인에 대한 객관성 확보를 바탕으로 한 판단 조력’에 있기에 ‘대리인’은 ‘본인’과 ‘대리인’을 동일시 생각해선 안된다.  ‘대리인’은 ‘본인’의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합리적 기준으로 판단해 ‘본인’의 어떠한 종류의 가림에도 걸리지 않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도와주고, ‘본인’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는 역할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리인’은 본질적 위험을 안고 있다. 바로 ‘대리인 리스크’다. ‘대리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대리인’의 이익을 위하거나, ‘본인’이 느끼는 사안에 대한 중요함을 ‘대리인’이 가벼이 여기는 경우가 대표적인 ‘대리인 리스크’이다. 울산 사람 ‘박문수’가 자신의 전재산으로 제주사람 ‘나제주’로부터 제주도 토지를 샀고, 하필이면 분쟁이 발생해 제주변호사를 선임했는데, 그 제주변호사가 ‘대리인’의 이익에 따라 ‘나제주’편을 들거나, 울산사람 ‘박문수’를 두 번 볼 사람이 아니란 이유로 사안을 가벼이 대한다면, ‘박문수’는 대리인을 내세우지 않음만 못한 상황이 되어 버린다. 이렇듯 ‘대리인’은 ‘본인’ 이익을 중요히 생각하며 ‘본인’을 위해 일해야 하는 동시에, ‘본인’과는 달리 사안을 객관적으로 보는 노력도 함께 유지해야 한다. 

2018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다. 우리 울산은 그동안 울산을 이끌어왔던 베이비부머 산업세대의 은퇴 본격화, 조선경기 불황에 따른 지역 경기 침체, 전세계적 4차산업혁명의 변화 속 산업구조적 위기, 지역주택조합 및 재개발조합 등 도심 재생 과제 추진, 신규일자리 창출 미흡에 따른 젊은 노동자층 이탈 등 여러 가지 큰 현안을 가지고 있다. 지방선거로 구성된 지방의회 의원과 각 자치단체장은 우리 울산인 전체를 위하는 ‘대리인’으로써 나열한 어려움들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울산이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만큼 우리 울산을 이끌어갈 ‘울산인의 대리인’은 어느 때보다 공들여 선출해야 할 것이다. 위기의 시대에 우리 울산을 구할 ‘영웅의 도래’를 기대하며 새해를 맞이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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