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언제까지 불안에 떨어야 하나. 울산에서 지척인 이웃 밀양의 한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다쳤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가 일어난 지 한 달여 만에 또다시 발생한 대형 참사에 할 말을 잃게 한다. 짧은 시간 그 많은 사람들 목숨이 덧없이 사라지다니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이번에도 곳곳에서 인재(人災)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어제 밀양시의 브리핑에 따르면 병원건물의 10% 가량이 불법 증축된 것이라고 한다. 요양병원과 연결되는 1층 비 가림막 연결통로(23.2㎡), 4층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창고(25.01㎡), 5층 경량 철골조 식당 부근 창고(58.5㎡)도 불법 증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과 연결된 요양병원에는 2층 창고(7㎡)와 6층 사무실(12.48㎡)도 무단 증축해 사용했고, 장례식장에도 창고(20.46㎡)가 불법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불법 증축이 이뤄진 것은 좁은 병원 건물에 다양한 시설을 갖추기 위한 것일 터이다. 당연히 환자들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병원의 수익을 위한 것일게 분명하다. 이 병원을 이용한 환자들은 다닥다닥 붙은 각종 시설 때문에 병원이 아니라 수용소 같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복잡한 건물 구조가 화재 발생 때 환자들의 빠른 탈출을 막았을 가능성이 높다.

더 심각한 것은 병원 측이 이 같은 불법 증축 사실을 알고 시정을 요구한 밀양시의 명령에도 배짱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1년부터 6년간 불법증축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부과 받은 강제이행금만 1,1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화재감식에 대한 보다 정확한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응급환자가 착용하고 있는 호흡기 등이 정전 등으로 멈췄을 때 곧바로 전기를 공급해주는 장치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많은 노인환자들의 손이 침대에 결박된 상태여서 제대로 구조되지 못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기에다 불이 나면 자동으로 감지해 물을 뿌려주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병원의 바닥 면적은 394.78㎡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규정이 아닐 수 없다.

새 정부 출범 후 ‘국민 안전’을 국정의 최우선으로 강조해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인천 영흥도 앞바다 낚싯배사고,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포항제철소 질소가스 누출사고 등 대형 인명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수많은 대책이 발표되지만 대부분 ‘땜질’에 그치고 있다. ‘빨리 빨리’ 성장한 우리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는 위험 요소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점검과 함께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잇따른 참사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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