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캥거루의 나라 오스트레일리아의 자동차 생산 역사가 90년이 넘었다. 미국의 포드 자동차가 1925년 오스트레일리아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 자동차 산업의 상징으로 불리던 GM 홀덴 오스트레일리아 공장이 지난해 문을 닫았다.

또 도요타의 첫 해외 생산기지였던 멜버른 알토나 공장도 가동을 중단했다. 앞서 미쓰비시와 포드도 2008년과 2016년 각각 문을 닫아 오스트레일리아 자동차 생산은 90여년 만에 막을 내렸다.

오스트레일리아 자동차 산업이 무너진 것은 높은 인건비와 노조의 지나친 요구, 그리고 정부의 무능 때문이었다. 자동차 공장의 잇단 폐쇄로 부품업체와 주변 상권도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르노의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은 폐쇄 직전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살아남았다. 르노 스페인 공장은 세계 148개 자동차공장 가운데 생산성 1위 공장으로 탈바꿈 했다. 르노 부산 공장 역시 혁신과 노사협력으로 생산성 세계 8위 공장으로 거듭났다.

대규모 리콜 사태 등으로 한때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던 도요타는 노사화합을 통해 기사회생 했다.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 노사 갈등은 투자 이탈의 원인이 된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의 경쟁자는 도요타 공장 직원이 아니라 현대차 앨리바마 공장 근로자’라는 말이 있다. 사내 공장 간 경쟁이 ‘발등의 불’이 됐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 이익은 2010년 이후 처음 5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어쩌다 한번 닥친 실적 부진도 아니다. 2012년 8조원을 넘은 뒤 5년 째 감소하고 있다.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한 위기다. 

현대차 노조는 31년 동안 4년만 빼고 매년 파업을 벌였다. 울산 공장은 충칭 공장보다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도 임금은 9배나 높다. 현대차 울산 공장장으로 6년간 노사관계를 이끌었던 윤갑한 사장이 퇴임했다. 현대차가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잘못된 신화 즉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미신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34년 자동차맨’ 윤사장의 마지막 고언(苦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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