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폭력 가해자 87%가 주변 평범한 사람
지자체, 전문쉼터 등 피해자 보호체계 구축해야
시민들도 장애인 성적 권리에 대한 인식 높이길

 

홍정련 울산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장

며칠 전 지적장애여성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80대 노인이 법정 구속됐다는 뉴스를 스크랩하면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영화 ‘도가니’가 상영된 이후 한때 장애인 대상 성폭력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사회적 공분이 있었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아동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장애인 성폭력범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사람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장애인을 누가 성폭력하나요?”이다. 사람들은 장애인 가해자는 특별하게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생각하지만 87% 이상이 주변의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되고 있다. 노인, 청소년, 동네사람, 종교인, 기관종사자 등 가해자들이 평범하면서도 광범위한, 장애인들의 주변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아직 우리사회 장애인식 및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권리 보장에 대한 감수성이 너무나 낮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장애인 피해자 중 발달장애인 피해자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데, 교묘하게 사랑이라는 단어로, 친절이라는 모습으로, 놀이라는 형태로 다가오는 가해자들의 의도를 발달장애인이 알아차리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지능 70 이하에 사회적 판단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에게 ‘조심하라’고 해서 성폭력범죄가 줄어들 수는 없다. 
2013년 6월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되고, 신고 의무자에 대한 교육도 강화됐으며, 가해자에 대한 형량 또한 높아졌지만, 성폭력 사건이 재판까지 진행되고 가해자 처벌까지 가는 길은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고통의 시간들이다. 

여전히 우리사회는 폭력피해자를 바라보는 시각에 왜곡이 많다. 흔히 말하는 피해자 유발론이다. 성폭력 가해자들이 의도와 행위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옷차림, 늦은 밤길, 술등을 거론하면서 피해자가 조심할 것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피해자가 조심하지 않아서 성폭력 범죄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서울 지하철 광고문구가 “몰래카메라 찍히지 마세요”에서 “몰래카메라촬영은 범죄행위입니다. 5년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문구로 변경된 사례가 있다. 피해자가 조심해서 예방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범죄 때문이라는 의식변화가 조금씩 확대되는 것을 엿볼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다.

성폭력, 성희롱, 가정폭력 등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 서로가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차별이 되는 것이다. 차별이 만연한 사회는 소외계층 뿐만 아니라 자신도 그 차별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장애는 작은 차이일 뿐이다. 유형별로 차이들이 있을 뿐이고 누구나 여러 이유로 언제든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교육, 이동, 취업 등 어떤 영역에서도 장애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해두고 있다. 10년 넘게 장애인 폭력피해자를 지원하며 어떻게 하면 장애인 성폭력범죄를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 온 필자가 몇가지 제언해보고자 한다.

첫째, 울산에서 발생하는 장애인성폭력범죄의 유형을 분석해보면 방임되거나 안정된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는 장애인들이 성범죄 노출 위험이 높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예방을 위해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난 장애인가정이 없는지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사전예방 및 대책수립이 필요하다.

둘째, 장애인 피해자에 대한 보호체계 수립이 절실하다. 울산에는 장애인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피해 장애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전문쉼터가 전무하다. 앞에서 거론한 장애인 폭력의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 대부분임을 감안한다면 발생 즉시 분리가 이뤄져서 폭력피해에 대한 치료 및 자립을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한다.

셋째, 장애인 폭력 예방을 위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야져야 한다. 장애, 비장애인 모두 자기 삶의 주체로서 스스로 결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그 권리 중에서 장애인도 성적 주체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기에 어느 누구도 침범해서는 아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길 바란다.

새해에는 울산에서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폭력이 근절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선언이 정책과 행정에서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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