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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리] 전공의들의 삶과 의료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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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철 울산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 승인 2018.01.30 22:30
  • 댓글 0

전문의가 되기까지의 열악한 과정
수련의 질·근무환경 개선 정착돼야
환자에 좋은 의료서비스로 이어져

 

30여년전 필자가 대학을 입학할 즈음에는 공대를 1지망으로, 의대를 2지망으로 지원했던 아이가 공대는 떨어지고 의대에 합격해 의대생이 됐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이과의 경우 공부 좀 한다는 전국의 수재들이 의대를 먼저 다 채우고 나서야 공대나 자연대가 채워진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의대를 지원하는 수험생의 변화와는 다르게 의료계를 바라보는 국민과 정부의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을 교육해야 하는 의료인의 한 명으로서 이 많은 국가 수재들을 어떻게 잘 교육해야 할 지, 의사가 되는 의과대학과 전문의가 되는 수련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고민과 걱정을 늘 함께 한다.

전문의가 되기까지 의과대학 6년과 인턴/레지던트(수련의)과정 5년은 매 순간 어려움과 힘든 과정의 연속이지만, 그 중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는 전공과가 정해지면서 시작되는 수련과정의 4년이다. 우리나라 대형병원 의사들 노동의 상당 부분은 이 수련의들에 의해서 메워져 왔기에 이들의 육체적 노동 강도는 한마디로 끔찍하다. 하지만, 전문의가 되는 피교육자이며, 그 신분이 해마다 조금씩 격상(?)된다는 이유와 늘 시달리는 낮은 수가로 인한 경제논리에 의해 이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은 애써 외면돼온 것이 우리나라 의료계의 현실이었다. 

대부분 환자들의 대형병원 진료는 수련의와의 대면으로 시작되는데, 이들 대부분이 인턴 혹은 저년차 (1·2년차) 전공의 들이다. 이들은 식사뿐 아니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을 하고 있다. 일선에서 환자를 처음 대하는 이들이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피곤하고 가장 신경이 예민한 의사들인 것이다. 특히, 야간 당직의 경우 실력도 경험도 짧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최선의 진료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거의 미칠 지경인 상태에서 밤을 지새우기가 일쑤다. 이들과 함께 환자 진료와 수술을 진행하는 교수들도 환자와 관련된 모든 경우에 혹시 어떤 실수가 발생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내야 한다.


언제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지 늘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2014년 4월1일 전공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공표됐다. 이는 전공의 수련의 질과 근무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1) 주당 최대 80시간이상은 근무를 할 수 없고 (2) 하루 반 이상 연속 근무를 할 수 없으며 (3) 야간 당직은 주 3회를 초과할 수 없다는 것 등을 골자로 해 다양한 전공의의 근무 환경을 규정하고 있다.
편한 수련이 꼭 좋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임이 적은 시기인 수련의 시절에 하나라도 더 잘 배워서 보다 능력 있는 전문의가 되는 것이 더 큰 수련의 목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체적/정신적으로 늘 피곤한 상태에서 전공의 과정을 보내는 것이 더 좋은 전문의가 되는 길이라는 데는 결코 동의 할 수 없다. 

유예기간을 거쳐서 작년부터 본격 시행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작업이 빠른 시간 내에 정착하고 있음을 느낀다. 시간만 나면 졸던 전공의 들이 이제는 졸지 않는다. 처음 병원에 전공의 지원서를 들고 나타났을 때의 그 총명한 눈빛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도 실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한번 알려 주면 중·고등학교 때 수재라고 불리던 그 똑똑함을 이제는 찾았는지 잘 기억한다. 특히 야간 당직을 서면 다음날 쉴 수 있으니 당직 근무때 환자를 대하는 것에서 훨씬 많은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필자는 수련을 마치고, 수련을 시키는 입장이 된지 어느덧 11년째인데, 그 동안 한번도 저년차 전공의가 식사를 하자는 제안을 먼저 해 온 적은 없었다. 얼마전, 과의 저년차 전공의 두 명이 저녁에 당직이 아니니 저녁 식사를 사달라고 먼저 제안해 많이 놀랐다. 이제는 이들에게도 마음 놓고 한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여유가 생겼나 보다. 이 정도의 여유는 있어야 환자를 대할때 자신보다는 환자나 보호자의 마음을 먼저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부디 이 변화들을 통해서 보다 나은 진료가 환자들에게 돌아가기를 바라고, 잘못된 수련환경에서 비롯된 대다수 큰 병원에서의 수련의들의 불친절 문제가 나아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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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울산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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