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잘살고 있다는 풍문
닦아내고 지우면 이미 죽은 사람으로
돌아올까

당신이 지어내는 죄 
오랜 빗줄기처럼, 당신이 내리는 
벌 

참 오래도 죽는구나, 당신아

당신, 당신이란 내 하나뿐인 
神의 이름으로 
죽지도 않고 썩었구나,
마음아

 

김 륭 시인

◆ 詩이야기 : 아직도 내 몸은 내 영혼의 바깥인 까닭이기 때문이라고 씁니다. 겨울비 내리던 어느 날 문득 당신, 이란 神을 떠올렸지요. 당신을 떠나 시와 살림을 차리면서부터 일 것입니다. 아무래도 나는, 아직도 내가 사람인 걸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서, 죽지도 않고 썩은 마음을, 말이 될 수 없는 그 무덤을 시의 몸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요. 돌이켜보면 나는, 내 몸 속에 혼자 머물러 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이 길고 모진 겨울에도 죄를 짓고 벌을 받고 있는 중인지 모르겠습니다.
◆ 약력 : 김 륭 시인은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13년 제2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2014년 제9회 지리산문학상. 2009년 동시집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 2012년 동시집 ‘삐뽀삐뽀 눈물이 달려온다’ 2012년 시  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 2014년 동시집 ‘별에 다녀오겠습니다’ 2014년 동시집 ‘엄마의 법칙’ 2016년 이야기동시집 ‘달에서 온 아이 엄동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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