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니측, 강경파 히잡반대 시위탄압 중 과거 설문결과 기습발표

이란 히잡반대 1인시위 [텔레그램채널]

이란에서 히잡 강제 착용 반대 시위가 확산하고 당국이 이를 탄압하는 도중 이란 국민 중 절반가량이 강제 히잡 착용에 반대한다는 설문 결과가 3년 반 만에 발표됐다.

이 때문에 이란 내 히잡을 둘러싼 논란으로 온건 성향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히잡 강제 착용을 고수하려는 강경파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5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대통령실이 약 3년 6개월 전 이란 국민을 상대로 조사한 '강제 히잡' 착용에 대한 여론 설문 결과를 발표하며 이란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히잡 착용 논쟁에 뛰어들었다.

이 설문에서 이란 남녀 국민의 49.8%는 이슬람식 두건을 사생활 영역으로 간주하며 이란 정부는 그 사안에 결정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왔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로하니 대통령이 이란 내 강경파인 사법 당국과 정면으로 대결한 것처럼 나타났다고 NYT는 분석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가운데 한 명인 헤사메딘 아슈나가 이끄는 전략연구센터가 이번 설문 결과를 발표, 정치적으로 계산된 대통령의 결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 결과는 발표 시점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는다.

2014년 전국 단위로 진행된 '강제 히잡에 관한 여론' 조사 설문이 현시점에 발표됐다는 점은 로하니 대통령이 상징성 강한 이슈를 놓고 지금을 강경파에 맞설 순간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NYT는 해석했다.

사회적 개혁을 위한 지지를 북돋는 동시에 강경파의 입김이 작용하는 당국에는 히잡 반대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완화하라고 신호를 보냈다는 얘기다.

실제 이번 설문은 이란 당국이 히잡 반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도중 발표됐다.

이란 당국은 지난 2일 히잡 반대 시위와 관련해 여성 29명을 체포해 구금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번 시위를 "유치하다"고 평가하며 이란 국민 다수는 히잡 착용을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히잡 반대 시위대에는 더 강력히 대응하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당국은 전했다.

이란 쿰 출신의 개혁 성향 성직자 파젤 메이보디는 이와 관련해 "정부는 히잡 시위 탄압은 불법이며 민주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히잡을 벗어 버리는 시위에 참가한 28세 여성은 그 설문 보고서가 도움됐다며 그 보고서는 다수의 사람이 그러한 시각에 동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현재 이란은 강경파가 절대 권력을 쥔 상태로, 이란 정부를 이끄는 로하니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온건파로 분류된다.

2013년 대통령이 된 로하니는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으며 이란인들을 위한 더 많은 자유를 촉구해 왔다.

이란 정부와 가까운 정치분석가 파르샤드 고르반푸르 "대통령은 대중적이기를 바라며 그의 팀은 이슬람식 복장 규정을 좋아하지 않는 여성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에서 히잡은 이란이슬람공화국의 기둥을 이루는 '이란의 이데올로기'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에 히잡을 의무적으로 쓰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이란 여성 인권 단체들은 히잡을 이란 성직자 지도층이 도입한 대중적 규제의 상징으로 간주하며 수차례 반대 운동을 벌였지만 무산됐다.

최근에는 '나의 은밀한 자유'라고 불린 히잡 반대 1인 시위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이란 당국은 이들을 추적해 잇따라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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