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을 앞둔 환자가 연명의료의 지속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 4일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현행법상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에서만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 

연명치료는 말 그대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치료로 그동안 우리 사회의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인명재천’이라는 우리의 생명에 대한 가치는 모든 가치 위에 있다는 의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생명을 연명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개인의 손실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가정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삶이 의미가 없는 환자들에게 생명선택의 결정권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학자들은 존엄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 같은 환자의 생명선택권에 대한 권리 또한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연명의료결정’이라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물론 생명의 존엄을 생각하면 ‘연명의료결정’이 손쉽게 이뤄져서는 안 될 일이다. 환자의 불편한 신체로 제한적인 의사 표시밖에 할 수 없을 경우 주변의 개입 여부에 따라 환자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즉 환자의 생존의지를 주변의 잘못된 판단으로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아무튼 시행에 들어간 ‘연명의료결정법’이 제대로 안착돼야 하지만 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에서만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는 점은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중소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윤리위원회가 설치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보면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병원급 이상 병원이 전체의 1.8%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나머지 98.2%의 병원에서는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말이다. 울산은 ‘연명의료결정’을 할 수 있는 병원은 울산대학교병원 1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중소병원과 요양병원은 존엄사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울산은 5명이 존엄사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선 윤리위원회 설치를 병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과 존엄사에 대한 시민의식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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