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찰, 잠복 열흘만에 발견
형사 18명 투입 현장 급습
도박꾼 저항에 몸싸움 3명 부상
달아난 운영자 등 20여명 추적
야산 4∼5곳 옮겨가며 도박판
운영자·조폭 등 4명 구속영장

울산지방경찰청은 경주시 하남면의 한 야산에 컨테이너 도박장을 개설하고 속칭 ‘방개’ 도박판을 벌인 일당 41명을 검거했다. 사진은 경찰이 공개한 현금 등 압수품과 방개도박을 시연하는 모습.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인적이 드문 야산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도박판을 벌인 일당 수십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도박장을 운영한 상당수는 현장을 급습한 경찰에 놀라 맨발로 달아났고, 이 가운데는 지역 폭력조직원 다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야산의 한 컨테이너에서 도박판을 벌인 일당 41명을 붙잡았다고 8일 밝혔다. 이 가운데 도박장 운영자 A(65·여)씨와 상습적으로 도박을 벌인 폭력조직원 B(50)씨 등 4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산속에서 도박판이 벌어진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A씨의 일당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도박장이 열릴법하게 의심스러운 장소들을 찾아낸 경찰은 잠복 수사에 돌입했다. 열흘가량 잠복 끝에 지난 5일 오후 11시 30분께 경주 양남면의 한 야산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했다.

야심한 시각에 인적 드문 산속으로 차량들이 줄줄이 들어가는 것. 경찰은 A씨 일당이 도박판을 벌인 것이라 판단했지만, 은밀하게 현장을 급습하기는 어려웠다. 도박장 주변 곳곳에 속칭 ‘문방(경찰 단속을 감시하는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컨테이너 주변 5곳에 차량을 주차하고, 차량 번호와 운전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어딘가로 무전을 했고, 의심스러운 차량이 나타나면 뒤따라가면서 철저하게 확인했다.

3시간여 동안 주변을 살피던 경찰은 이튿날 오전 2시 44분께 도박판이 무르익은 현장을 덮치기로 했다. ‘문방’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고, 최대한 속도를 올린 차량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컨테이너 출입문 3곳으로 18명의 형사가 나눠 들이닥쳤다. 도박꾼이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형사 2명과 달아나던 피의자 1명이 다쳤다.

다급한 문방의 연락을 받은 속칭 ‘마개사(패를 돌리는 사람)’, ‘상치기(판돈을 수거·분배하는 사람)’를 비롯해 문방과 도박꾼 등이 달아났다. 현장에는 주인 없는 신발 수십켤레만 남아있었는데, 이 신발들로 미뤄 경찰은 20여명이 달아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도박꾼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현금과 수표 다발이 바닥에 깔린 장판 밑에서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1,000원권 지폐부터 1,000만원 수표까지 총 2억5,000만원 상당을 경찰은 압수했다.

불법 건축물인 컨테이너는 1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도박장 1개동과 관리동 1개동 등 2개동으로, 땅 주인이 설치한 뒤 회당 30만원 상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박장 안에서는 ‘방개 도박’이 벌어졌다.

방개도박은 카펫처럼 길게 늘어진 판 위에서 벌어지는데, 이 판은 3칸으로 나눠져 있다. 딜러인 ‘마개사’가 자신의 몫과 각 칸에 패를 돌리면 판을 따라 늘어선 도박꾼들이 칸마다 배팅을 한다. 패를 공개했을 때 화투 끝자리 수를 합해 마개사의 패보다 높으면 이기는 방식이다.

한 게임당 3분가량밖에 걸리지 않는 방개 도박에는 동시에 수십여명이 참여할 수 있고, 공간에 따라 참여 인원과 판돈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이번에 단속된 현장에서는 한판에 700만~800만원이 판돈으로 걸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A씨 등이 울산과 경주 등 야산 4~5곳을 옮겨 다니면서 도박판을 벌인 것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또 A씨와 함께 도박장을 운영했던 공범과 현장에서 달아난 도박꾼들을 추적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는 울산지역 조직폭력배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 판돈으로 수억원이 오가는 도박판이 장기간 열린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폭력조직이 도박장 운영에 조직적으로 가담했는지도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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