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국 울산시 중구주민회 공동대표

‘법’ 최우선으로 두고 행동해야 할 정치인이지만
“당선 위해선 ‘위법’ 필수”라는 아이러니한 현실
올 선거 도전자들 스스로에게 당당하게 임하길

 

 

올해는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있다. 언론과 각종 SNS에는 출마를 염두에 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미 선거를 경험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정치 신인들 역시 눈에 많이 띈다. 아마 박근혜정부 국정농단사태 이후 촛불혁명이 초래한 새로운 정치지형이 나타난 영향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같은 현상을 보고 있으니 4년 전 지방선거에 광역시의원으로 난생 처음 선거에 출마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것도 소속정당 없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상황이라 경험했던 모든 일들이 낯설었다. 당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필자의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한 말이 있다.

“정치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선거에서 떨어진다.”  
“법 다 지키면 당선될 수 없다”

정치에 처음 입문하는, 그래서 선거를 처음 접해보는 필자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 등이 이유였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말들의 이면에는 현행 선거법을 모두 준수하면 선거에 당선되기가 쉽지 않다는 충고였다. 노골적이면서 사뭇 진지하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꽤 많았고 이런 조언들이 공공연히 행해지는 현장이 당시의 분위기였다. 소위 정치와 선거를 좀 알고 있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필자가 현실을 모르는 답답하고 융통성 부족한 사람처럼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의 경험은 필자에게 커다란 혼란이었다. 주위에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면 그들의 충고가 전혀 틀린 말도 아니었다. 의원으로서 해야 할 모든 일이 법에 근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선을 위해선 법을 적당히 무시하라니 이 무슨 아이러니한 상황이란 말인가. 정치초년생으로 처음 치르는 선거에서 받아들이지도 무시하기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필자는 그 선거에서 낙선했다. 다행이었는지 불행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선거 이후 필자는 현실정치인의 길을 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언론에서 범법행위에 연루된 많은 정치인들을 접할 때마다 선거 당시 접했던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정치와 선거, 법 사이에서 삐뚤어진 권력욕과 함께 누적되어온 언밸런스가 가져온 최대 비극적인 상황을 2016년에 접하게 된다. 최고 권력자와 그 주변인물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하는데 많은 정치인들과 고위관료들이 때로는 드러내놓고 때로는 암묵적으로 동조해 벌어진 정치스캔들은 전 국민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원인은 오래 전부터 잉태해 누적되어 온 결과라 생각한다. 그들에게 법은 더 이상 법이 아니었다. 자기들의 이익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단에 불과했다. 그런 인식들은 사회 곳곳에 뿌리박고 있었으며 선거 때마다 매우 당연시 반복돼왔다. 하지만 대가는 엄청났다.  

근대를 대표하는 제도 중 하나가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시작된 선거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선거제도가 본격화된 것은 해방 이후다. 조선은 과거제도를 통해 등용된 관료들이 왕권을 기반으로 권력을 행사했다. 그러다 보니 붕당이 형성되고 정쟁에서 밀려나면 삼족을 멸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야말로 권력다툼의 결과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그런 살벌한 정치체제하에서도 당시 정치인들은 성리학을 토대로 한 철학과 인문학적 소양으로 무장해 법과 명분을 목숨만큼 중요시했다. 반면 현대의 민주주의하의 선거제도는 권력투쟁으로 인한 위험도 상당부분 감소시켰을 뿐만 아니라 선거를 통해 언제든 권력이 바뀔 수 있는 시스템이 보장돼 있다. 

올해도 지방선거가 있다. 많은 정치인들이 당락을 두고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게 될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집권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범보수 세력이 자리 잡지 못하는 상태에서 발생한 새로운 정치적 지형에 힘입어 새롭게 정치에 입문하려는 신인들도 많을 것이다. 선거 중 그들은 필자가 들었던 선거와 정치에 대한 조언과 충고를 수없이 듣고 강요받게 될 것이다. 문제는 선거에 몰입하게 되면 당선에 대한 유혹으로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법에 의해 선출되고 법을 근거로 정치를 해야 할 정치인들이 당선을 위해 법을 경시하는 일은 더 이상 허용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자기의 존재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다. 순간의 달콤한 맛에 취하여 종국에는 자신을 파멸의 길로 이끌고 자신을 지지해준 많은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부터 자기 자신에게 당당한 정치인들이 대거 당선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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