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골든슬럼버’로 돌아온 강동원
원작 읽고 먼저 영화화 제안
“큰 틀은 같지만 결말 달라
빠른 전개로 흥미로울 것”
아무리 살을 찌우고 뽀글뽀글 ‘아줌마 파마’를 해도 강동원(37·사진)은 역시 강동원이다. 빛나는 외모를 숨길 수 없다.
그렇다고 그가 외모에 갇혀있는 것은 아니다. 사기꾼(‘검사외전’), 아이 감성을 지닌 20대 청년(‘가려진 시간’), 정의감 넘치는 경찰(‘마스터’), 독재 타도를 외치는 대학생(‘1987’)까지 매 작품 장르와 캐릭터를 넘나들며 변신했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골든슬럼버’에서도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성이 착하디착한 평범한 택배 기사 건우 역으로, 거대권력에 의해 유력 대선 후보의 암살범으로 몰려 쫓기는 인물이다.
12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강동원은 영화 속 건우와 실제 자신의 모습과는 비슷한 면이 많다고 했다.
“저는 진짜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랐거든요. 어렸을 때 논두렁으로 학교에 다니고, 연탄을 때면서 살았죠. 대학 시절에는 서울로 상경해서 기숙사와 하숙집을 전전했고, 연기자로 데뷔하고 나서도 사무실에서 지내다가 그 뒤 조금씩 삶이 바뀌었을 뿐이죠.”
‘골든슬럼버’는 강동원이 원톱 주연인 영화다. 그가 극을 오롯이 이끌어가기는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그는 7년 전 일본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읽고 감명받아 영화화를 먼저 제안했다. “이야기의 흐름을 한국적으로 빠르게, 흥미롭게 전개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죠.”
무엇보다 원작의 결말에 대한 갈증이 컸다. 한국 작품은 원작과 큰 틀은 같으면서도 결말은 다르다. “권력에 부딪혀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해결하고 끝내고 싶었습니다. 지금 우리 현실에서도 그런 결말을 보기 힘들잖아요. 몇십 년 지나서야 무죄 판결을 받기도 하고, 최근에는 당사자들이 처벌받지 않고 무죄로 풀려나는 일도 있었잖아요. 그런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1987’에서 이한열 열사를 연기한 데 이어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연이어 선택했다. 그는 “연기자는 결국 영화 속에서 인간에 관해 이야기하고,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직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동원은 극 중 달리고 또 달린다. 광화문 세종로 한복판에서부터 좁은 골목길까지 가리지 않는다. 죽은 쥐와 오물이 떠다니고 악취가 풍기는 지하 배수로에서도 뛰어다녔다. 평소 68㎏을 유지하던 몸무게를 76㎏까지 불리고, 헤어스타일도 파마로 바꿨다.
그는 “단조로운 캐릭터이지만, 단조롭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면서 “최종 판단은 관객의 몫이지만, 저 스스로는 연기에 합격점을 주고 싶다”며 웃었다.
강동원은 최근 몇 년간 쉬지 않고 달려왔다. 현재는 김지운 감독의 신작 ‘인랑’을 촬영 중이다. 3월부터는 할리우드 영화 ‘쓰나미 LA’ 촬영을 위해 유럽으로 떠난다. 수준급 영어 실력을 지닌 강동원은 모든 대사를 영어로 소화한다.
그는 “앞으로 몇 년간은 더 바빠질 것 같다”면서 “관객의 기대치와 새로운 모습을 적절히 소화하며 다양한 배역을 맡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