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유니스트 학위수여식 참석
울산 정보산업 기술력 인정하는것 같아 기뻐
혁신적 산업 생태계 구축에 전사적 역량 집중을

 

이영규
아이티공간 CEO·울산정보산업협회 회장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했다. 취임 후 문 대통령이 울산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어느 특정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본인들이 주장하는 시급 국책을 밝히기 위해 졸업식에서 그 중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해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KAIST 졸업식,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마이스터고 졸업식,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찰대 졸업식을 방문한 바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작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공계 대책을 지시했었는데, 유니스트 졸업식 참석은 이공계 중요성을 대내외적으로 강조하는 행보라 할 수 있겠다.

청와대에 따르면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고 한다. 2007년 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근무할 때 직접 설립에 관여한 곳으로, 영국 대학 평가기관의 세계대학평가에서 우수 대학으로 평가받은 데 이어, 논문 피인용수에서도 국내 1위를 기록하면서 정부의 혁신성장·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연구·개발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문 대통령은 UNIST와 같은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이 지역인재 양성과 산학협력을 이끌도록 할 것이며, 지역 대학과 공공기관, 지역 기업들 간 연계를 통해 지역 인재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서 대한민국 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문대통령은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수도,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20%를 담당하는 우리 경제의 젖줄’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우리 울산은 과연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지난 7월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 관련 한국 국가 경쟁력 순위는 19위였다. 1위는 싱가포르였고 핀란드와 미국, 네덜란드가 그 뒤를 이었고, 10위 홍콩, 14위 대만, 15위 일본 순 이였다. 4차 산업의 숨통을 정부가 쥐어 잡고 있는 한 이 19위라는 순위도 곧 30위 밖으로 밀려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의 대응 수준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지만, 향후를 내다보는 긍정적 시각으로 고찰해 본다면 선진국들의 산업 트렌드 변화와 대응 자세가 현재 초기 단계인 만큼, 우리 대한민국의 4차 산업혁명은 그 준비 여부에 따라 ‘기회의 창’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현재 울산의 제반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기업과 협력해온 강소 중소기업들의 강점인 제조 기반과 IT 인프라 등을 활용하면 오히려 폭발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례들을 통해 알려졌듯이 미국, 독일, 일본 등 제조업 선진국에서도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민간 기업들이 4차 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거대 대기업이 뿌리 내린 울산지역에서 끈질기게 자생한 울산 ICT 전문가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붙들어 매는 것이야 말로 문재인 정부가 제창하는 대한민국 산업수도로서의 명분이 되지 않을까.

기업은 크든 작든, 개혁을 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지역 특화형 스마트 전략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조선·해양과 자동차·석유화학·철강·에너지 업종의 ‘뿌리 산업’을 빅데이터로 한 지역특화형 스마트 전략 구축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울산은 지역단위 혁신생태계 구축을 위한 자원 발굴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자원은 대기업과 맞붙고 협력하며 버텨온 기술 인력들로, 그 우수 인력의 제조업체가 집적된 곳이 바로 울산이다. 이러한  산업운영 플랫폼의 빅데이터는 곧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고, 울산의 특성화된 메이저급 혁신적 산업 생태계는 울산의 축복과도 같은 자원이라 그 구심축을 서둘러 울산에 구축해야 한다. 일률적 진보가 아니라, 지역별 4차 산업의 폭발적 순항을 위해선 경제과학 정책과 산업현장의 호흡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기업의 패러다임에 그간 ‘현대자동차의 하청 공장 도시, 울산’이란 이미지가 깊숙이 자리 잡아 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 덕으로 드러나지 않은 울산 정보산업 기술의 밑천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란 것을 우리 기술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바였다. 만약 아직도 ‘대기업 하청도시, 울산’이란 메카로 이 도시가 연명하고 있었다면 이런 이야기는 전혀 나오질 않았을 것이다. 그간 대기업의 그늘 속에 정부 지원에 의지하기 보다는, 나름의 기술 개발로  독립적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온 수많은 침묵의 기술자들이 울산에 포진하고 있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알기에, 이번 문 대통령의 울산 방문은 과히 아니 반가울 수 없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