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초사흘이면 어김없이 서천을 건너
누명의 탈을 쓰고 저를 버린 젊은 자객
천 년을 가다만 칼을 허리춤에 다시 꽂는,

 

이서원 시인

◆ 詩이야기 : 역수를 건너가는 형가의 뒷모습을 보며 생의 마지막과 이별하는 친구 고점리의 비파 연주는 또 얼마나 소슬하였을꼬. 누구에게나 한 번뿐인 삶의 자락을 진시황 암살이란 천하대의를 품고 떠나는 그. 한번 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길임을 알기에 몇 번이고 허리춤에 찬 비수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였으리라. 문득 서천을 건너가는 음력 초사흘 밤의 가느다란 달 하나가 왜 하필 겹쳐 보이는지 모르겠다.
◆ 약력 : 이서원 시인은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됐다. 시집 「달빛을 동이다」,「뙤창」, 3인서화집 「바비레따」를 냈다. 이호우시조문학상 신인상, 울산시조작품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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