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울산대리운전노조 ‘대리운전 노동자 처우개선 토론회’
근무중 길거리서 대기·휴식…한푼이 아까워 편의점 못 들어가
서울·광주·창원 등 운영…소모임·상담·정보제공 공간 역할도
울산시 “불특정 공간 이동 노동자 얼마나 이용할지 의문” 회의적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전국대리운전노조 울산지부는 20일 남구의회 상황실에서 ‘대리운전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이동노동자의 노동 실태와 쉼터의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첫 손님을 받고 마냥 기다리다보면 날은 춥고 다리가 아파옵니다. 편의점에 들어갈까 싶다가도 한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참습니다. 어디 건물 계단 밑에라도 들어가려 치면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노숙자가 된 느낌이에요.”(전국대리운전노조울산지부 한일광)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기사, 택배기사, 학습지교사…. 한겨울 찬바람에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길거리를 떠도는 이들을 ‘이동노동자’라고 부른다. 노동의 메카 울산에 이들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는 단 한곳도 없다.

20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전국대리운전노조 울산지부 등에 따르면 서울과 광주, 창원 등에 ‘이동노동자 쉼터’가 설치돼 있다. 2016년 서울 강남 신논현역 인근에 ‘휴(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 1호점이 문을 연 이후 지난해 2월 중구 삼일대로에 2호점, 같은해 11월 마포구 합정동에 3호점까지 늘어났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운영되는 이들 쉼터는 단순한 휴게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인 행정·복지·문화 사각지대에 있는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건강·법률·재정 상담은 물론, 소모임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고, 인문학강좌 같은 문화공간이 되기도 한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이들 쉼터 운영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일 개장한 광주의 ‘이동노동자 달빛 쉼터’도 휴게공간과 더불어 정보제공 등의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울산에서도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노동자 쉼터의 필요성을 주장해왔고, 지난해 8월에는 울산시 실과 담당자와 면담을 통해 쉼터 설치를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울산시는 이동노동자 쉼터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노조 측이 관련 내용을 건의한 뒤 서울의 쉼터를 방문해 운영 실태를 살펴보고 사업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실효성이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쉼터을 운영할 정도로 보편적이지 않은 사업”이라며 “적지 않은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인 만큼 불특정 공간을 이동하는 노동자가 한 장소에 고정된 쉼터를 얼마나 이용할지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대리운전노조 홍영헌 울산지부장은 “산업수도 울산, 노동운동의 메카라 자부하는 울산에서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외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동노동자 쉼터는 단순히 잠깐의 휴식처가 아니고, 이들을 행정적·심리적으로 지원하는 필수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노총 울산지부와 전국대리운전노조 울산지부는 남구의회 의회상황실에서 ‘대리운전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이동노동자의 노동 실태를 공유하고 ‘쉼터’ 마련을 비롯한 처우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공개된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무 중 쉬거나 대기하는 장소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전체가 ‘길거리’, 78%가 ‘편의점’이라고 답했고, ‘화장실 이용’, ‘비·눈 등을 피하기 위해’ 쉼터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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