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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리 칼럼] 아름다운 동행이 만들어낸 감동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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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성관 대현고등학교 교장
  • 승인 2018.02.25 22:30
  • 댓글 0

인성교육, 법으로 해결될 문제 아냐
최고의 가르침은 어른들의 솔선수범 
사회 구성원 모두 참여해 모범 보여야

 

허성관
대현고등학교 교장

2월 초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한 학생이 갑자기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2학년에 재학 중인 김 군이었다. 김 군은 사망 이틀 전까지도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할 정도로 큰 문제가 없었다. 하루 전 감기로 결석한 후 다음날도 학교에 오지 않아 담임선생님이 확인하니 감기 합병증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호흡곤란이 온 후 심정지로 집에서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김 군은 지체 장애 1급으로 골격근이 점차로 변성, 위축돼 악화돼가는 진행성 유전성 질환인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어서 온종일 휠체어를 타고 학교생활을 해왔다. 근력 약화와 소실이 진행돼 혼자 보행할 수도 없고 요통이 동반돼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운 상태였지만 항상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누구보다도 학교생활에 성실한 학생이었다.

필자는 김 군을 또렷이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몸은 좀 불편했지만, 교내에서 마주칠 때마다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밝게 인사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또한 김군은 3년전 부터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매월 학년별 월례 조례에 필자의 참석 만류에도 불편한 몸으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 맨 뒤에서 끝까지 경청하는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김 군의 빈소를 찾았을 때 어머님은 큰 슬픔과 충격으로 조문객을 맞지도 못하고 빈소 뒷방에 누워 계셨다. 군 복무 중이던 형이 혼자 빈소를 지키고 있었고, 친지 몇 명만이 김 군 어머니를 위로하고 계셨다. 담임선생님을 통해 안타까운 가족사와 경제적 어려움이 많은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학생들과 선생님, 학부모회 대표, 학교운영위원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장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어머니를 위로하고 김 군을 추모하면서 마지막 가는 길을 외롭지 않도록 모든 학교 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 감정이 북받쳤다.

김 군의 장례가 끝나고 일주일쯤 후 서울에 사는 김 군의 이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떨리는 목소리로 처음엔 말을 잘 잊지 못하더니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장례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학교에 대해 여러 번 감사를 표시했다. 그리고는 빈소에서부터 장례식 마치는 날까지 학생, 선생님, 학부모님, 학교에 대해 고마움을 하나하나 말씀하셨다. 담임선생님과 특수학급 선생님에 대해 이렇게 존경할 만한 선생님을 만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아직도 이런 훌륭한 선생님이 계신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학부모님들은 자기 친인척 길흉사도 챙기기 어려운 시대에 직접 조문은 물론 마음을 담은 따뜻한 위로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빈소를 지켜주는 것도 모자라 새벽부터 달려와 발인제에 참석하고 마지막 하늘공원까지 함께해 준 학생들의 의젓한 태도와 따뜻한 마음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2학년 학생 일동’이란 부의금 봉투엔 학생들로서는 쉽게 마련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의금이 들어있어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학교의 많은 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교장실로 전화를 했다며 학생, 선생님, 학부모님들에게 꼭 대신 고마움을 전해주길 바란다고 거듭거듭 간청했다.

필자는 장례 과정에서 아이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이모님과 통화가 없었다면 모르고 지나갈 일이었다. 후에 담임선생님 또한 모든 일정을 아이들과 함께했음을 알았고,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이 어려움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각자 솔선수범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울림을 받았다고 했다.

흔히 어른들은 요즘 청소년이 자기중심적이고 어른에 대한 공경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의 행동은 어른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을 만큼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인성교육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는 교육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최초로 인성 교육법을 제정하고 있다. 인성교육은 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학교에서만 책임질 부분도 아니다. 학교와 가정을 비롯한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고의 인성 교육은 어른들의 솔선수범이 아닐까? 6남매를 모두 글로벌 리더로 키워 미국 교육부 주관 ‘동양계 가정의 가장 성공적인 교육사례’로 선정된 전혜성 박사가 남긴 ‘자식은 부모를 보고 큽니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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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관 대현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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