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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칼럼] 미끄럼 올림픽
17면 기사보기 신문보기 JPG / PDF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8.02.25 22:30
  • 댓글 0

1,000분의 1초로 승부가 갈리는 얼음판. 평창 겨울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속도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은 ‘트랜스폰더’라는 특수 장치를 발목에 착용해 속도와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정보는 그래픽으로 나타나 선두를 달리는 선수와 레이스 중인 선수의 차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선수들이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은 스케이트 날이 결승선 얼음 표면에 설치된 ‘포토셀’ 장비를 지날 때 자동 포착된다. 특수 카메라는 결승선 근처에서의 동작을 초당 1만 장의 디지털 이미지로 기록해 1,000분의 1초까지 정확하게 짚어냈다. 


이 첨단기술은 ‘순위 경쟁’을 펼치는 쇼트트랙 종목에서의 정확한 판정에도 큰 활약을 했다. 경기 직후 각 선수 간 스케이트 사이의 거리를 표시한 ‘포토 피니시’를 화면에 띄워 공정성을 높였다. 


여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우리나라 최민정의 우승 차지 순간에 찍힌 포토피니시 라인은 2위 중국의 러 진위와의 격차를 생생하게 보여줘 화제가 됐다. 


3,000m 계주 금메달을 합작했던 여자 쇼트트랙 ‘쌍두마차’ 최민정과 심석희는 유력한 금메달 종목으로 꼽힌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선에서 노메달에 머물렀다. 마지막 바퀴, 바깥쪽 라인에서 막판 추월을 노리던 두 선수가 균형을 잃고 미끄러졌다. 금메달 부담이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겨울올림픽 종목 대부분은 눈과 얼음 위에서 100분의 1초라도 빨리 미끄러져 나아가는 것이 목표다. 이름다운 동작을 겨루는 피겨스케이팅은 미끄러짐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지의 경기다.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 벌이는 치열한 두뇌싸움이 컬링이다.


그런데 눈과 얼음은 왜 미끄러울까. 살짝 녹아 얇은 수막(水膜)이 생기고, 이 물 때문에 스케이트가 미끄러진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표피층 이론’ ‘마찰열 이론’ 등을 주장하면서 ‘미끄러운 얼음 이론’은 갑론을박이다. 얼음의 과학이 지배하면서 17일간의 ‘미끄럼 올림픽’이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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