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이미지로 꾸며진 세계적 제전보며
울산 문화원형 활용에 대한 회의 몰려와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 앞당기길 고대

 

김한태문화도시울산포럼 대표

동계올림픽 개막과 폐막식에 등장한 동물 형상들이 울산의 각성을 촉구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개막식 때 호랑이, 인면조, 무당벌레 무늬는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폐막식 때 중국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고래 형상에서는 뭔가 뺏긴 듯한 느낌을 받았다.
평창은 동물 이미지로 세계적 제전을 꾸몄고 4년 뒤 베이징도 그렇게 할 참이다.

문화원형이자 신화요소를 다양하게 활용할 때 울산은 무엇하고 있는지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동북아 최고의 문화원형인 반구대와 천전리 바위그림을 지닌 울산이 그저 판박이 복제나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각종 청사와 거리에 암각화 도상들을 닮은꼴로 반복 제작하고 있으니!

우리는 동물에 특히 민감하고, 그 동물의 우월한 기능과 상징을 빌려 쓴다.  예컨대 웨딩드레스의 긴 치맛자락은 공작의 꼬리를 연상시킨다. 찬란하고 긴 꼬리는 매혹적이다. 궁정의 여인들이 치렁한 치맛단을 끌고 다니는 까닭이 그 유혹적인 자태를 모방했을 것이다. 
손에 부채를 들고 추는 춤은 새의 깃털을 모방했을 것이다. 연미복(燕尾服)은 제비 꼬리를 모방했을 테고. 언어학자 시라카와 시즈카에 따르면 고대사회에서 춤을 출 때 새의 깃털을 사용했고, 때로는 새나 짐승의 모습을 하고 춤을 췄다.

이번 올림픽 개·폐막식은 동물을 상징하는 행위가 한꺼번에 연출됐다. 
개막식 때 호랑이 모형을 등장시켜 놀이, 즉 연희(演戱)를 표방했다. 희(戱)는 호랑이와 창이 결합한 글자다. 호랑이가 놀이가 되는 것은 이 글자가 생겨난 것만큼 오래됐다. 호랑이의 원상은 울산 반구대암각화에 20마리 이상 새겨져 있다. 선사시대부터 호랑이가 영험한 존재임을 부각한 것이다. 울산 호랑이 원상을 개막식 연희단이 빌려간 것이라 여겨도 무방할 것이다. 

인면조(人面鳥)는 고구려 무덤 벽화에 그려진 도상을 움직이는 형태로 보여줬다. 새의 몸에 사람 얼굴을 한 결합체였다. 고구려인이 벽화에 그릴 때 날고 싶고 장수하고 싶은 열망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하이브리드 형상은 서양 신화에서 나오는 말의 몸통에 사람 얼굴을 한 겐타우르스와 같다. 즉 한반도의 신화요소인 인면조가 범세계적 맥락과 닿아 있는 것을 보여줬다.    
울산의 ‘학춤’도 그런 문화적 요소를 보여준다. 학춤 연희자가 도포자락을 펄럭이는 것, 사뿐사뿐 걷는 동작은 학과 동체화 되려는 열망의 소산이다. 울산에 유난히 오리형 토기가 많이 발굴되는 것도 먼 조상들의 열망을 읽게 한다.

개막식에서 점이 찍힌 치마를 입은 무용수가 등장한 것은 무당벌레와 닿아있다. 무당벌레 무늬는 신성하게 여겨졌다고 한다. 별을 박은 것처럼 보인다고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성모마리아나 여왕의 의상으로 상징했다고 한다. 점박이 치마는 한반도의 고대 디자인 요소가 세계적임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 연출가들이 이런 모습을 세계에 보여줄 때 중국도 4년 뒤 베이징에서 열릴 동계올림픽 맛보기 행사를 보여줬다. 

판다곰을 주인공으로 하고 거대한 지느러미를 퍼덕이는 고래 형상을 앞과 중간 부분에 배치했다. 긴 지느러미로 볼 때 귀신고래였다. 고래가 유영하는 장면에 이어 비행기와 인공위성이 뜨는 장면이 이어졌다. 대규모 첨단 운송수단의 발전상을 표방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개·폐막식 때 동물을 표현하는 방법은 전자 또는 광자를 활용했다. 첨단과학을 활용한 미디어예술이 이 시대의 중요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는 점이 확연했다.   

폐막식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그리스 국기 게양이었다. 마지막 행사에 올려져 올림픽을 처음 시작한 그리스에 경의를 표시했다. 그리스의 국력은 쇠약해졌지만 고대의 문화를 꽃피운 원형은 불변임을 보여줬다.
울산의 문화원형도 불변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금은 그 가치가 물속에 잠기거나 모조품으로 전락되고 있다. 
고래, 호랑이, 학, 용 등 숱한 신화소(神話素)를 가진 울산이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할 시기가 앞당겨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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