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만 되면 심심찮게 지면에 등장하는 말 중에 ‘진검승부’가 있다. 국어사전에는 나오지도 않고, 그렇다고 고사성어도 신조어도 아니다. 일본어 사전에만 나오는 이 단어는 ‘신겐쇼부(眞劍勝負)’로 사무라이들이 한 쪽이 죽거나 장애인이 될 때까지 싸울 때 쓴다는 말이다. 우리 정서와는 전혀 맞지 않는 다분히 일본어다운 무시무시한 단어를 우리 언론에서는 무의식 중에 쓰고 있다.

나이 지긋한 세대에서는 ‘와이로(뇌물)’라는 말과 함께 ‘사바사바’라는 말이 많이 쓰였다. 일본어로 고등어가 ‘사바(鯖)’다. 지금은 서민의 생선이지만, 일제시대엔 값비싼 생선으로 일본인들이 즐겨 먹은 고급어류였다. 뒷구멍으로 일처리를 한다는 말인 ‘사바사바하다’의 어원을 따질 때 이 생선을 들먹이는 이유다. 관청에 뒷돈을 줄 때 고급 생선 고등어(사바)를 애용했다는 뜻에서 ‘사바사바’라는 말이 생겼다는 얘기다.

3·1절 전날 국회에서 설전을 벌이던 어느 의원이 홧김에 상대 의원을 향해 내뱉은 ‘겐세이’라는 말이 물의를 빚자 사과했다. 겐세이는 견제(牽制)라는 뜻의 일본말이다. 당구장에서 상대가 치기 어렵게 공을 가로막을 때도 쓴다. 대화 중 제3자가 부당하게 끼어들 때 ‘겐세이 놓지 말라’고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한이 개막식 입장 때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다. 일부에서는 올림픽 개최국인 우리나라의 태극기가 실종됐다며 분개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도를 그린 깃발을 ‘한반도기’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와 새겨들어야 할 말로 여겨진다. ‘한반도(韓半島·일본발음 ‘캉한도’)’나 ‘반도’라는 말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쓰기 시작한 용어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반은 섬’이라는 뜻의 반도(半島)로 규정해, 일본 열도에 편입시켜 속도(屬島)나 속국(屬國)으로 삼으려는 저의가 깔려있다.

우리 영토를 반쪽섬인 ‘한반도’로 여기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언론에서도 예사로 ‘한반도’라고 써왔으나 정통성 훼손은 물론 우리 민족 정신과도 어긋나기에 재고(再考)의 여지가 크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