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와 노동계 대표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어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등 제도개선 합의에 최종 실패했다. 노사의 입장이 워낙 팽팽하게 맞선 문제여서 예견됐던 일이지만, 노사가 직접 임금 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미가 퇴색해버려 안타까운 마음이다. 결국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노사의 마음을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임금 제도와 관련한 극심한 갈등이 또다시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동안 최저임금위는 상여금을 비롯해 연장, 야간, 휴일 근로수당 등을 최저임금에 어떻게 포함시킬지 논의해왔다. 합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기상여금등을 어느 정도까지 최저임금에 산입할 것인지였다. 사용자위원들은 정기상여금 외에 현물수당까지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매달 지급되는 모든 수당을 최저임금에 넣자는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편의점, 피시방, 주유소 등의 소규모 사업주의 요구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노동자위원은 사용자위원의 요구가 저임금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최저임금제도 취지를 훼손한다고 맞섰다.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까지 최저임금에 넣을 경우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현물형태의 급여, 지급주기가 한 달 이상인 수당, 복리후생 수당을 최저임금에 넣을 수 없는 등 산입범위가 협소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정부가 최저임금 제도개선 작업을 맡게 되면 노동계의 요구대로 산입범위가 현행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노동자들의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요구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비용부담이 커지는 영세·중소기업의 절박한 목소리도 정책에 적절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이미 주당 근로시간 한도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면서 수많은 영세·중소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이들이 생산수준을 유지하려면 중소기업의 추가고용 등 비용부담이 가중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 단축 이후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12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비용 가운데 70%인 8조6,000억원은 근로자 300인 미만의 중소 사업장에 집중된다고 한다. 자칫 영세·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월급봉투가 가벼워질 수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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