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일곱 자의 몸뚱이를 지녔어도, 이 마음과 이 이치를 빼면 귀하다 할 것이 없다. 한 껍데기의 피고름이 큰 덩어리의 뼈를 감싸고 있을 뿐이다.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마신다. 옷을 입을 줄도 알고, 음탕한 욕심을 채울 줄도 안다. 가난하고 천하면 부귀를 사모하고, 부귀를 갖추면 권세를 탐한다. 성 내면서 다투다가, 근심이 오면 슬퍼한다. 궁할 때에는 못하는 짓이 없고 즐거우면 음란해진다. 온갖 짓을 온통 본능에만 따르다 늙어 죽은 뒤에야 그만 둔다. 이런 것을 일러 짐승이라 해도 괜찮다.” 명나라 진헌장(陳獻章, 1428~1500)이 백사자(白沙子)에서 남긴 말이다.

세상의 방부제가 예술이고 예술가라고 생각했는데, 그 믿음이 바닥부터 무너지는 요즈음이다. 제자들 성추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둔 배우 교수가 아파트 지하 창고에서 목숨을 끊었다. 안희정은 민주화의 흑역사기에 ‘운동권의 영재’로 알려져 있다. 자유와 인권을 옹호하던 도지사의 성폭력사건이 참담하다.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인식은 무너졌다. 도대체 권력이란 ‘절대 반지’는 어느 정도 내공의 사람이 끼어야 정체성이 변질되지 않을 수 있을까.

끝이 없다.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촉발한 대한민국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는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눈 뜨고 일어나면 새로운 미투가 터져 나온다. 지금 어디선가 그때 자신이 저지른 일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들’도 곳곳에서 떨고 있으리라.

“옛날 일을 왜 이제 와서….” 미투 관련 기사에 꼭 한번씩은 등장하는 댓글이다. 어렵사리 입을 연 피해자에게 되레 핀잔을 주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이어진다.

성기(性器)에 ‘불수의근(不隨意筋 : 내 의지와 관계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근육)’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것이 나의 뜻과 무관하게 작동한다고 믿고 싶어하는 남자들이 있다. 하지만 성(性)으로 표현되는 모든 행위도 실은 정신의 문제다. 성 충동을 다스리지 못해 폭발시켜야 한다면 충동조절장애자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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