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획부동산 사기 피해자, ‘엄정수사 촉구’ 검찰청 앞 집회

작년 12월 434명에 221억 챙긴 3명 구속·7명 불구속… 2명은 보석
부동산 대표·이름 바꿔 버젓이 영업… 재판중 고소장 줄줄이 접수
투자자 소개 영업수당 지급하는 다단계…“공범이다” 공포심 조장도
울산지검, 피해자·피해 규모 점점 늘어날 듯… 피해자들 공동대응 검토

제주 기획부동산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12일 울산지방검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기획부동산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부동산 개발로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제주도의 개발제한구역 땅을 분양해 수백억원을 챙긴 혐의(사기)를 받고 있는 일당에 대한 형사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피해자들은 보다 엄정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기획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은 12일 오전 울산지방검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피해 규모 가운데 확인된 것만 수백억원, 많게는 1,000억원대의 사기 사건인데도, 범행을 주도한 이들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면서 “지난달까지도 부동산 대표와 이름만 바꾼 채 버젓이 사기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주범들 중 일부는 불구속 상태인 점을 내세우면서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자신은 아무런 죄가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고, 개발제한구역인 제주도 땅에 대해서도 개발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피해자를 더욱 양산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괜히 일을 키워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재판에 유리한 진술을 해주면 투자금을 돌려주겠다’ 등의 말로 협박하거나 회유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기획부동산은 투자자가 또다른 투자자를 소개했을 때 영업 수당을 지급하는 일종의 다단계 형태로 운영됐는데, 피해자들은 기획부동산 측이 이를 이용해 ‘사건의 공범이 될 수 있다’며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상당수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밝히지 못하고 숨어 있다”며 “사법당국이 보다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숨어있는 많은 피해자들이 믿음을 갖고 세상에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은 “피해자의 수와 피해 금액 등 사건의 규모로 미뤄 보면 단 한명만 구속 상태로, 나머지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현재 상황을 피해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기범들은 울산에서 기획부동산 법인 3곳을 운영하면서 “제주 곶자왈 지역개발사업에 투자하면 2~3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개발제한구역의 토지를 ‘쪼개기’ 방식으로 분양해 피해자 434명으로부터 221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지난해 경찰에 입건됐다.(2017년 12일 13일자 6면 보도) 검찰은 피의자 10명 중 3명을 구속 기소하고, 7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나, 구속된 피의자 2명이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석방돼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이 시작된 이후에도 같은 내용의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장이 울산지검으로 계속해서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지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규모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고 부장검사를 주임검사로 지정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앞으로 해당 사건의 재판이 열리는 날에 맞춰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형사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면, 이를 근거로 피해 회복을 위한 민사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현재 변호사 선임 등 개별적으로 사건에 대응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동 대응 방안도 검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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