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대만의 한 부호, 노거수 보호·교육 위해 수백억원 기부 
재단 설립해 캠페인·나무의사 양성·학교 교육 등 실천
급격한 도시화 겪은 한국도 환경개선 위한 녹지재단 필요

 

농촌에서 땅의 소중함을 알고 어렵게 살았던 사람이 사업을 통해 큰돈을 벌고 그 돈 중 일부(백억원 이상)를 기부해 재단을 만들었다. 그 재단은 매년 노거수를 무료로 치료하고 학생, 시민들에게 노거수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이야기는 아니다. 타이베이(타이완의 수도) 복전수목보육기금회(福田樹木保育基金會) 탄생에 얽힌 이야기다. 명칭은 ‘복전(FU-tien 푸틴)’이라는 사람 이름을 사용했다. 농촌에서 어렵게 살았던 그가 태양광 패널을 타이완에서 처음 만들면서 크게 성공했고, 자산 중 일부(수백억원)를 기부했다. 그는 기부하면서 노거수를 살리고 교육을 하는 일에 사용하도록 했다. 그 뜻을 받아서 재단을 설립하고 운영 중이다. 기부자는 9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그 뜻은 아직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타이베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을 비가 오는 늦은 오후 방문했다. 깔끔하게 정리 정돈돼 있었고 사무실 곳곳에 시민들이 참여했던 스티커들이 붙은 캠페인 판넬들이 전시돼 있었다. 큰 나무 가지 모양을 한 판넬이 많았다. 시민, 학생들에게 노거수는 단순히 한 그루의 나무지만 이를 살리는 것이 지구 환경을 살려내는 일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단체를 이끌고 있는 재스민 대표를 만났다. 그녀를 6년 전(2011년) 노거수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을 때 처음 만났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재스민 대표는 공채 출신이라고 했다. 한국 재단 운영하는 책임자들은 대부분 가족이거나 친인척들인 것과는 달랐다. 실무적인 것은 대표가 하고 활동에 대한 변화가 있는 사업들은 이사회에서 결정한다고 했다. 

재단설립 첫번째 과제인 노거수 치유와 보존을 위해 나무병원을 설치하고 수목병해충 진단과 처방을 하고 직접 치료도 한다. 타이완에는 나무의사 제도가 없다. 그래서 나무의사가 될 수 있도록 훈련하고 교육하는 일도 직접 한다. 이렇게 배출된 나무의사들은 재단에서 직접 고용하고 있다. 그 전문가들이 60년 이상 된 노거수 가운데 진단과 치유가 필요하다는 신청이 들어오면 현장조사를 하고 처방과 치료를 한다. 필요한 경비는 재단에서 모두 부담한다. 재단에서는 타이완 전체 노거수를 다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새롭게 발견되는 나무나 치료가 필요한 나무도 꼭 현장조사를 통해 치료 여부를 판단한다고 했다. 

또 다른 과제는 교육이다. 재단은 가족 대상으로 도시 숲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장강사 교육을 통해서 배출된 사람들이 담당을 하고 있다. 

관심이 가는 몇 프로그램이 있었다. 노거수가 있는 아름다운 학교를 선정해서 재단에서 상을 주고 있었다. 한국에도 큰 나무가 있는 아름다운 학교들이 있는 것과 비슷했다. 우리도 이같이 학교를 선정하고 상주는 것도 필요하다. 또 노거수에 대한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서 전국 학교를 순회공연을 한다. 노거수 글짓기와 그림그리기 대회도 매년하고 있다. 노거수 보호를 위한 치료와 시민, 학생 교육까지 총 망라해서 진행하고 있었다. 노거수에 대해 보전과 치료, 활용 보전에 대한 모든 일들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나무들도 이런 재단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우리 주변의 많은 부자들이 배고프고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기부를 한다. 대학 교육에 희사하는 경우들도 많다. 이는 사후복지(事後福祉)다. 뿐만 아니라 맑은 공기나 물을 지켜서 사전에 건강을 유지시키는 사전복지(事前福祉)도 중요하다. 푸-틴은 그것을 실천한 인물이다. 노거수들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나무의 생육환경은 크게 나빠지고 있다. 치유와 환경개선을 하고자 해도 재원이 없어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한국도 노거수를 치유하고 교육하는 녹지재단이 만들어져서 죽어가는 노거수들을 살리고 시민들을 교육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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